[미디어펜=김준희 기자]태영건설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도시형생활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공사 중단 장기화에 따른 안전 문제 발생 가능성을 지적 받았다.
대주 및 사업자 간 이해충돌로 인해 사업이 표류하는 가운데 공생을 위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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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건설의 반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H감리업체가 발송한 '공사 중단에 따른 안전조치 사항 통보' 공문. 공사 중단 장기화 시 흙막이 가시설 안정성에 문제가 예상된다고 지적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태영건설 반포 사업장 H감리업체는 지난 3월부터 총 네 차례에 걸쳐 공사 중단에 따른 안전조치 사항을 통보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미디어펜이 단독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H감리업체는 공사 중단 장기화 시 △흙막이 가시설 안정성 문제 △지속적인 지하수 유출로 주변 지반 영향 △우수로 인한 굴착 지반 약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H감리업체는 “현 굴착 공법은 단계별 굴착 계획에 의거 슬래브 하단 굴착 후 슬래브(지보공)를 설치해 흙막이 가시설 안정성을 확보하는 공법”이라며 “지하 3층 굴착 후 지하 2층 슬래브가 미시공 상태로 중단이 됐고 이러한 상태가 장기화되면 흙막이 가시설 안정성에 문제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 하절기 우기철이 도래함에 따라 공사 중단을 감안한 수방계획과 비상조치계획을 수립·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반포라는 ‘노른자’ 입지에 들어서는 해당 공사가 중단된 것은 대주단 선순위 채권자인 과학기술인공제회(과기공)가 지난달 채권 회수 절차 진행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경·공매 절차에 돌입하는 것이다.
반포 도시형생활주택 PF 사업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0층 규모 도시형생활주택 72가구와 오피스텔 25실을 짓는 프로젝트다. 시행사는 반포센트럴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이며 시공은 태영건설이 맡았다.
이 사업 대주단은 과기공과 KB증권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2380억 원 PF 대출약정 중 과기공이 1520억 원을 약정해 선순위 채권자 지위를 갖고 있다.
과기공은 지난달 26일 시행사 측에 사업 중단 및 채권 회수 진행을 통보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시행사는 이달 3일 공문을 통해 과기공에 해당 내용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현장에 공사 중단을 구두로 통보했다. 이후 지난 9일 시행사와 KB증권, 태영건설이 만나 사업 재개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과기공 측은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의 준공확약을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추가 자금 조달에 반대하며 관련 협의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반포 사업장은 우수한 사업성을 인정받아 지난 2022년 8월 본PF 대출약정을 맺고 공사에 착수했다. 현재 공정률은 약 30%로 이미 터파기 공사가 10m 이상 진행된 상태다. 그러나 과기공 측의 일방적인 공매 절차 돌입으로 해당 현장은 멈춰서게 됐다.
과기공은 자사 채권이 선순위에서 밀릴 것을 우려해 후순위 채권자인 KB증권의 추가 자금 투입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집행 중단으로 현재 반포 사업장과 관련된 투자자 및 하도급 업체 등 관계사들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기공 측의 ‘나만 살자’식 태도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공은 선·중순위 채권자로 사업 부지 공매 시 원금 회수는 가능할 수 있지만 후순위 채권자인 KB증권을 비롯한 관계 업체들은 모두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또 공사 중단으로 인해 사업장 부지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하절기 강우로 인한 지반 침하(싱크홀) 등 안전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해당 사업 감리자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안전 조치를 위한 자금 집행을 과기공 측에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최근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을 위한 ‘옥석 가리기’에 나선 가운데 과기공 측의 이러한 행태는 정부의 정책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성이 극히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반포 사업장마저 경·공매로 넘어간다면 옥석 가리기를 통해 부동산 PF 사업 연착륙을 꾀하겠다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 목표가 흔들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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