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항공의료센터 리모델링 후 최초 공개
"안전, 대한항공의 최우선 가치…직원 80% 이상 안전 관련 업무"
[미디어펜=김연지 기자]"1990년대 말 안전 운항에 모든 걸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해 많은 것을 바꿨다. 직원 2만 여명 중 80% 이상이 안전과 관련된 직원들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23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대한항공 안전 운항 핵심 시설 공개'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23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대한항공 안전 운항 핵심 시설 공개'를 앞두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대한항공은 "절대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한항공의 최우선 가치"라며 합병 후 아시아나항공의 안전 수준도 최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유종석 대한항공 안전보건 총괄 겸 오퍼레이션 부문 부사장은 "아시아나의 자세한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대한항공의 안전 스탠다드는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아시아나의 안전 수준을 대한항공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날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최첨단 설비를 갖춘 종합통제센터(OCC)와 항공의료센터의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이와 함께 정비 격납고, 객실훈련센터 등 안전 운항을 위한 핵심 시설도 소개했다.

◆ 24시간 깨어있는 지상의 조종실 '종합통제센터'

   
▲ 운항관리사가 뉴욕에서 한국으로 운항중인 대한항공 KE082편의 조종사에게 교신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본사 A동 8층에 위치한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OCC)를 방문했다. 330평 공간에 11개 부서 전문가 총 240여 명이 근무한다. 리모델링을 통해 지난해 12월 최신식 설비를 갖춘 OCC로 새롭게 거듭났다.

먼저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KE082편의 기장과 운항관리사의 전화 교신 상황을 지켜봤다. 

"현재 업데이트되는 터뷸런스 정보상 082(뉴욕)가 운항 중인 고도(3만8000피트)에서는 터뷸런스가 없으니 해당 고도에서 운항 지속 추천합니다. 현재부터 약 3시간 뒤 일본영공 진입때 모더레이트 터뷸런스가 예상되니 해당 부분 주의 부탁합니다" 

"확인했습니다. 현재 고도 유지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OCC는 3교대로 운영되며 24시간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5월 기준 △여객기 138대 △화물기 23대 등 총 161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총 39개국 110개 도시에 취항한다. 일평균 항공기 400여 편을 운항하는데, 이 항공기들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운항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비정상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OCC의 역할이다.

   
▲ OCC 내 벽면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OCC 안쪽의 큰 벽면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가운데 있는 가장 큰 화면에서는 현재 운항 중인 대한항공 항공기 항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왼편에는 방송 뉴스 화면이 나오고 있어 테러, 재난, 자연재해 등 세계 주요 이슈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김포·인천국제공항의 지상 트래픽과 램프 운영 현황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OCC에는 운항 중인 항공기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비정상 상황 시 이 전화기를 통해 운항승무원에게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OCC에는 안전 관련 운항관리센터(FCC), 정비지원센터(MCC), 탑재관리센터(LCC)와 고객서비스 관련 네트워크운영센터(NOC) 등 총 4개의 센터가 모여 있다. 이번 리모델링으로 본사 3층에 있던 정비지원센터가 8층 OCC에 합류해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였다.

◆ '정비 격납고'…이륙 전·착륙 후 항공기 상태 점검

안전 운항의 기본을 다지는 곳 '정비 격납고'를 방문했다. 격납고에서는 항공기 기체와 각종 부품을 검사하고 수리하는 정비 작업을 24시간 수행한다. 대한항공은 매 이륙 전과 착륙 후에 항공기 상태를 점검하며 안전 운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신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있어 간단한 정비 작업부터 복잡한 종합 정비까지 모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격납고에서는 에어버스 A220-300 여객기의 날개와 엔진을 고정하는 파일런 정비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날개와 엔진을 고정하는 파일런 정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대한항공은 항공기 정비 규모와 능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인천과 김포·부천, 부산에 총 5곳의 정비 격납고 및 엔진·부품 정비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비 인력은 약 3100명이다.

대한항공 본사 중심부에 위치한 김포 격납고는 길이 180m, 폭 90m의 초대형 시설로 축구장 2개를 합친 규모다. 높이는 25m로 아파트 10층 높이에 달한다. 대형기 2대와 중·소형기 1대 등 항공기 3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철저한 정비 덕분에 기체 결함에 따른 지연·결항 없이 계획된 시각에 출발하는 정시 운항률도 높다.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항공사 실적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23년 99.17~99.84%(기종별 상이)의 정시 운항률을 보였다. 전 세계 항공사 평균보다 1~2% 높은 수치다. 

대한항공은 통상적인 정비 외에도 △비행 시간·이착륙 횟수별 항공기 엔진·부품 검사 및 부품 교환 △항공기·엔진·부품 전체에 대한 종합 점검 등 체계적인 항공 MRO를 수행하고 있다. 

◆ 최신 설비 갖춘 '항공의료센터'…"임직원 심신 건강 관리"

   
▲ 항공의료센터 내부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대한항공은 본사 내 최신식 설비와 장비를 갖춘 '항공의료센터'를 운영, 안전 운항을 책임지는 승무원과 임직원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최윤영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 센터장은 "센터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조종사를 비롯한 대한항공 임직원의 건강 유지 증진을 통한 항공 안전 확보"라면서 "항공안전법에 따른 항공 신체 검사가 이뤄지며, 단순한 신체 검사가 아닌 운항자격증을 갖는 것처럼 항송 신체검사 증명서 발급을 위한 신체검사"라고 설명했다.

항공의료센터는 현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기 건강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항공사 업무 특성 및 직종을 고려한 다양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불규칙한 스케줄 근무로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승무원을 대상으로 맞춤형 수면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 의료 기관과 연계한 수면다원검사를 지원한다. 

임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매년 임직원들의 마음 건강 검진도 시행한다. 항공의료센터에 위치한 사내 심리상담실 '휴클리닉'에 상주하는 임상심리전문가 2인이 심리 상담을 제공한다.

비행 중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한 승무원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관리를 위한 상담도 이뤄진다. 특히 안전 운항과 직결되는 운항승무원의 정신 건강을 더욱 각별히 관리하고 있다. 운항승무원의 심리 상태, 음주를 비롯한 생활 습관, 인지 기능 등 정신 건강의 다양한 영역에 대해 폭넓은 평가와 관련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 항공의료센터 내부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대한항공은 기내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지상 의료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숙련된 의사들로 구성된 '24시간 응급의료콜시스템'이다. 

최 센터장은 "기내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한항공은 70% 확률로 기내에 의료진이 탑승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내에 의사가 없더라고 승무원이 1차 처치를 하고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거나 자문을 받아야 할 때를 대비해 대학병원과도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네팔을 향하던 항공기 기내에서 환자 승객이 발생했을 때 승객 중 의사를 찾을 수 없자 '24시간 응급의료콜시스템'을 활용해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의료 조언에 따라 기내에서 응급처치를 했고, 네팔인 승객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의식을 회복했다. 착륙 후 지상에서 대기하던 의료진에게 무사히 인계됐다.

대한항공은 지속적인 여객 수요 증가에 대비해 기내 의료기기를 개선하고, 응급처치 방식을 보완하는 등 최선의 응급 의료 대응 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 '객실훈련센터'…"최고의 서비스는 객실 내 고객 안전"

   
▲ 객실훈련센터 내 대형 수영장./사진=김연지 기자

객실 안전과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객실훈련센터도 둘러봤다. 박관영 객실훈련원장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서비스는 객실 내 고객 안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객실훈련센터의 역할에 대해 소개했다.

대한항공 본사 건물 옆에 위치한 객실훈련센터는 2003년 개관했다. 지하 2층, 지상 2층의 연면적 7695㎡ 규모다. 실제 상황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보잉 747 등 항공기 동체 일부와 똑같은 모형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가로 25m, 세로 50m 크기의 대형 수영장도 운영한다. 

이곳에서 신입 및 재직 중인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내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 훈련을 실시한다. 연간 1회씩 모든 승무원을 대상으로 정기 안전 훈련을 진행하며, 상황에 따라 수시로 훈련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과 고품격 서비스를 수행하는 객실승무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객실훈련센터는 항공기 도어 작동 실습실, 비상장비 실습실, 응급처치 실습실, 비상사태 대응 훈련 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한항공 객실승무원들은 항공기 기종별로 다른 도어 작동법을 정기적으로 훈련받는다. 

김보람 객실훈련원 과장은 "모든 승무원들은 도어 작동의 일반적인 사용법뿐만 아니라, 비상 상황 즉 탈출이 필요하거나 승객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도어 작동법까지 훈련받는다"고 설명했다.

   
▲ 대한항공 승무원이 객실 훈련을 시연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도어 오픈 전 첫 번째로 벨트 사인을 확인하고, 두 번째는 도어에 위치한 작은 창문을 통해 외부 상황을 확인한다. 세 번째로는 일반/비상 상황에 따라 도어 모드를 설정한 뒤 문을 연다.

항공기가 예상치 못한 비상 착륙을 했을 경우 승무원은 승객들을 항공기에서 안전하게 탈출시키기 위해 탈출 명령어를 사용하며 탈출 지휘를 하게 된다. 항공기 최초 충격 시 "머리 숙여", "자세 낮춰" 등의 명령어를 이용해 승객들이 신체를 보호할 수 있게 한다. 이후 항공기가 완전히 멈추면 내외부 상황을 판단하고, 탈출이 필요한 경우 "벨트 풀어", "나와", "짐 버려" 등 단호한 명령어를 쓰며 승객들이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게 한다.

객실 승무원들은 환자 승객 발생 시 사용하는 의료 장비와 화재 진압 장비, 비상 탈출 장비를 점검하고 사용하는 방법도 익힌다. 

항공기가 바다나 강에 내릴 경우를 대비한 비상 착수 훈련도 진행한다. 이 훈련은 객실훈련센터 수영장에서 실제 상황처럼 이뤄진다. 구명조끼를 착용한 뒤 아파트 2층 높이에서 비상 탈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와 구명보트에 탑승, 구조 요청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훈련한다.

객실승무원은 기내 난동과 같은 불법 방해 행위에 대처하는 훈련도 정기적으로 받는다. 승무원의 구두 경고나 경고장 제시에 불응하며 계속해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이 있을 경우 기내에 탑재되는 보안 장비를 사용해 신속히 제압하는 훈련이다. 객실승무원은 불법 방해 행위가 발생하면 사법경찰관 지위를 법적으로 부여받아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훈련은 항공기 내 보안요원 교관 과정을 이수한 전문 강사에 의해 진행된다. 비행 중 비상상황에서 승객에게 탈출 지시하는 객실승무원의 모습./사진=김연지 기자승무원의 수차례 안내와 경고에도 불응하고 기내 안접을 위협하면 즉각 현행범 체포도 가능하다. 필요시 테이저건 등 보안 장비를 활용한 제압도 가능하다.

   
▲ 대한항공 승무원이 객실 훈련을 시연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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