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태 생산량 13억 8000만원... 9년만에 40배 넘어
귀어이탈자 0명, 분업으로 공동체 개개인 능력 발휘
전국최초 연금제 실시, 외부 감사 도입 등 균형 발전
   
▲ 중리어촌체험휴양마을./사진=공동취재사진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가로림만에 위치하고 있는 서산시 중왕마을은 바지락과 감태, 낙지 등 풍부한 수산자원을 갖고 있는 갯벌이 자랑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랑거리가 늘었다. 마을 계장의 리더쉽을 발휘해 주민과 귀어인을 조화롭게 융합하고 ‘적재적소’의 백미를 보여줬다. 이를 통해 수산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여 수익을 늘렸고, 전국 최초로 수산학교를 운영해 129개의 공동체가 견학을 다녀가기도 했다. 22일 중리마을을 다녀와 봤다.

   
▲ 감태 가공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주민./사진=미디어펜


9년만에 40배가 넘는 소득 창출

중리어촌체험휴양마을은 2014년 6월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반대의 목소리와 우려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 화성의 백미리마을을 견학한 후 마을 주민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그러나 마을에는 자금이 없었다. 이에 50만원씩 출자해 자체적으로 체험마을을 시작하게 됐고, 중리마을만의 감태 제품을 구상해 생산하게 됐다. 초기엔 44가구가 참여했지만 현재는 71가구가 참여 중이다. 

이후 2016년 해양수산부가 공모한 6차산업 시범사업에 공모해 선정돼 2019년에는 관련 공장이 준공되면서 이제 감태는 명실상부한 중리마을 대표 특산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결국 2014년 3000만원에 불과했던 감태생산량이 2023년에는 13억 8000만원이 되는 46배 성장의 기적을 보여줬다. 중리마을에서 생산된 감태는 국내는 물론, 미국, 대만, 호주, 홍콩 등 4개국에도 수출되고 있다. 

   
▲ 수산학교에서 감태 가공을 배우고 있는 귀어희망 부부./사진=미디어펜


귀어 1번가 “이탈한 귀어인 0명”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니, 귀어인구가 점차 늘고 있다. 여기에서도 박현규 어촌계장의 리더쉽이 빛을 발했다. 박 계장은 서산시 경찰서에서 5년을 근무하고 퇴직한 귀어인이다. 본인이 귀어인이다 보니 귀어인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 신규 귀어인의 애로사항 해소에 힘을 쏟았다. 

먼저 귀어의 걸림돌인 ‘마을 진입장벽’을 거의 없앴다. 이전에는 △2년 이상 지역 거주 △1000만원 이상 출자금 등의 조건이 있었지만, 지난해 정관을 바꾸면서 △2년 이상 거주한 자 △중왕마을 수산학교 교육을 3회 이상 수료한 자 △정부귀어정책 교육 200시간을 수료한 자 중 하나의 요건만 갖추면 어촌계원의 자격을 주는 것으로 문턱을 낮췄다. 

   
▲ 박현규 어촌계장이 자신이 직접 적어 놓은 문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 계장은 “내팽겨치면 다 나간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귀어인 케어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드러운 보살핌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박 계장은 “귀어인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2만번의 법칙’을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2만 번의 호미질이 있어야 마을 주민처럼 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계장은 “계장이 된지 7년만에 운전거리가 40만키로수를 넘겼고, 하루 만보 이상을 매일 걷고 있다”면서 “생산된 감태를 기업 등에 홍보하고 판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것이 중리마을을 더 발전시키는데 있어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 중리어촌체험휴양마을 조직도./사진=중리마을

분업으로 주민 능력 최대한 끌어올려... 

중리마을 조직도는 여타 어촌마을 조직도와는 느낌이 다르다. 수직적 구조가 아닌 수평적 구조다. 연금사업단, 특산물가공팀, 시설관리팀, 음식전담팀, 체험마을팀, 수산학교팀 등 각 팀장이 마을주민, 귀어인과 함께 맡은 보직의 일을 수행한다. 

특히 눈에 띄는 조직도 있었다. 바로 갈등관리위원회다. 어느 어촌마을이나 소득이 급속도로 증가하다보면 자연스레 주민과 주민간 마찰, 주민과 귀어인간의 마찰 등 생기기 마련이다. 

   
▲ 해양수산부 및 지자체 등으로부터의 각종 수상./사진=미디어펜
 

전국최초 연금제 실시, 외부 감사 도입

중리마을은 감태 생산으로 발생한 수익금을 활용해 지난해부터 만 78세 이상 주민에게 월 10만원씩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마을 어민들이 바다에서 취득한 수익과 체험마을 수익, 수산학교 수익 등, 모든 급여자와 공동작업 참여자 수익 등까지 합해 연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박 계장은 “매출과 연금 규모가 커지면서 마을 자체적으론 감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7월 중에 전문 감사를 외부에 맡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리마을은 앞으로도 새로운 사업들을 진행해 마을을 더욱 더 발전시킨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해수부와 충남도청으로부터 지원을 통해 귀어인의 집 14동을 운영, 정주여건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청년양식어장 임대 사업을 통해 4개의 양식어장을 귀어인에 임대하고, 패류탈각공장도 가동해 새로 귀어한 사람들이 소득면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박 계장은 “중리마을은 아직 이탈 사례가 전무하다. 이제 중리마을만의 일자리와 콘텐츠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귀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주여건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중리마을을 둘러 본 송명달 해수부 차관은 “중리마을을 4년 전쯤에 와봤는데 전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성공적인 마을로 자리매기한 중리마을이 바다생활권 조성계획과 연계해 다른 마을을 이끌어 줄 선도적인 역할을 해줬으면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