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지난달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이 40조원에 육박하며 4개월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카드론은 금리가 높아 카드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높은 상품이나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주이용층인 중저신용자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연체율이 오르고 있어 카드사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졌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9조964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이전 역대 최대치였던 3월 39조4821억원보다도 4823억원(1.2%) 많은 액수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의 카드론 잔액이 37조2593억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약 1년 만에 2조7051억원(7.3%) 증가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차주의 원리금 상환 여력이 악화하자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면서 대출 문턱을 높여 건전성 관리에 나선데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부터 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와 연체율 악화 등의 영향으로 대출영업을 축소하고 있어 카드론으로 몰린 것이다.

카드론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돈을 빌릴 수 있으나 평균금리가 연 10%대로 높아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통한다. 또 카드론 이용자 중에는 중저신용자 또는 다중채무자가 많아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드론 금리는 소폭 내려갔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의 지난달 말 기준 평균 카드론 금리는 14.26%로 집계됐다.

7개사의 카드론 금리는 지난해 8~9월 13% 후반대에서 14% 초반대 수준이었고, 같은해 10월부터 상승세를 기록했다. 10월 14.31%, 11월 14.34%, 12월 14.55%로 치솟았다. 올해 들어서는 1월 14.54%, 2월 14.42%, 3월 14.44%로 14%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금리는 롯데카드가 14.8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카드가 14.83%, 삼성카드 14.61%, 하나카드 14.46%, KB국민카드 14.14%, 신한카드 14.07%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카드는 12.88%로 유일하게 12%대를 기록했다.

카드론 규모가 늘어나는 가운데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상승하면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가 지속해서 내려가면서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자 카드론 등 대출영업을 확대해 수익성 악화를 만회해왔으나 이마저도 어려워진 것이다.

올해 1분기 카드사들의 실질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채권 비율)을 살펴보면 하나카드가 2.3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가 각각 2.28%, 2.14%로 2%를 넘겼다. 카드사들은 통상 연체율이 2%를 넘기면 위험 수준으로 보고 있다. 롯데카드(1.94%)와 신한카드(1.82%)도 연체율이 2% 턱밑까지 상승했고,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각각 1.16%, 1.04%를 기록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갈 곳을 잃은 대출수요가 카드론에 쏠리고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당분간 리스크 관리를 중심으로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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