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장 성장으로 HBM 주문 생산 밀려…대응 준비 중
정부 26조원 지원도 장밋빛…보조금 없는 건 아쉬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최태원 SK그룹‧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인공지능(AI) 붐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에 대해 “일본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생산할 수 있는지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성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날 정부가 국내 반도체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26조 원을 지원하기로 한만큼 장밋빛 전망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의 세액공제를 통한 간접 지원은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주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최태원 SK그룹‧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인공지능(AI) 붐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에 대해 “일본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생산할 수 있는지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성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최 회장은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산 외 추가 투자가 필요한 경우 해외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밀려드는 HBM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HBM은 생성형 AI의 필수 부품으로,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AI 시장이 커지는 만큼 HBM 시장도 비례해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업황 둔화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SK하이닉스가 AI 시대를 만나 다시금 날개를 단 모습이다. 특히 선제적 투자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달 25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매출 12조4296억 원, 영업이익 2조8860억 원(영업이익률 23%), 순이익 1조 9170억 원(순이익률 15%)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1분기 중 최대 실적을 기록한 수치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도 SK하이닉스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반도체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26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2주 만에 당초 계획 대비 2배가 넘는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반도체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산업은행 저리 대출(17조 원) △민·관 생태계펀드 조성(1조1000억 원) △도로·용수·전력 등 인프라 지원(2조5000억 원) △연구개발(R&D)·인력양성 등 재정 지원(5조 원) 등으로 구성됐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국가 총력전이 전개되는 분야”라며 “세계 각국은 반도체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정부의 이번 지원 정책은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 대한민국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계획한 투자들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며, 국내 안정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에도 앞장서겠다“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위상이 커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막대한 보조금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영업이익이 나야만 혜택을 볼 수 있는 현행 세액공제 방식은 국내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에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각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배정한 보조금은 38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미국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텔, 대만 TSMC, 삼성전자 등에 지급하는 보조금만 390억 달러에 달한다. 일본 역시 TSMC가 투자하는 자국 내 제1·2공장에만 10조 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정부의 지원은 다소 아쉬운 상황이지만 국내 반도체 경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4일 ‘최근 반도체 경기 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2분기부터 AI(인공지능) 붐에 힘입어 4번째 상승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번 반도체 경기 상승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할 것”이라며 “(생산 확대를 위한) 설비·건설투자와 데이터센터 건설투자 등도 국내 경기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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