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관점 잘못…사회적 책임과 올바른 역할 찿는 계기돼야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포털의 뉴스편집이 편향됐다는 서강대 연구팀의 '포털 모바일 뉴스(네이버·다음)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가 나오자 좌파진영이 벌떼처럼 일어나 보고서 매도에 바쁘다. 전체 부정적 기사 중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비율은 전체표본에서 2.34%에 불과한데 그것을 가지고 편향됐다고 말할 수 있느냐, 다방면 분석 없이 제목만 가지고 한 것은 초보수준이라는 둥 갖가지 비판을 쏟아내기 바쁘다.

또 ‘크림빵 아빠 초동수사 부실’과 같은 기사를 정부여당 비판기사로 분류할 수 있느냐며 분류가 애매해 보이는 기사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고서 신뢰성을 깎아내리는 모습도 보인다. 무의미한 날씨나 정보 기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전체표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어떻든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포털 모바일 뉴스 메인화면을 자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나 그 제목만 보고 사람들은 기사를 클릭해 읽으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언급하지도 않는다. 또 그런 기사들은 대개 제목대로 내용도 부정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건 굳이 고급 빅데이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무슨 거창한 저널리즘 연구학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분류할 수 있는 일이다. 전체표본에서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건 불과 2.34%라며 그것을 편향됐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반론에도 심각한 허점이 있다. 뉴스가치나 영향력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이다. 포털이 모바일 메인에 거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기사들은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 방송에서도 보도하는 핵심 이슈이고, 이슈 자체가 가진 파괴력이나 파급효과, 영향력은 날씨나 일반 정보 따위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러니 그 수치에서부터 10대 1로 균형이 무너져 있다는 것은 심각한 편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크림빵 아빠 기사와 같은 일부 기사 몇 건 사례를 들어 마치 5만건 이상의 표본 기사 분류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호도하는 것도 여론을 선동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서강대 연구팀 보고서는 일부가 헐뜯는 것처럼 날림으로 조사한 게 아니라 6개월간 치밀하게 분석한 결과이며, 이들 역시 권위를 인정할만한 학계 전문가들이다.

   
▲ 자료=여의도연구원
포털에 착취당하는 좌익군소매체가 앞장서서 포털 옹호하는 모순

일부 좌익성향 군소매체가 보고서를 포함해 새누리당과 정부가 어뷰징과 사이비언론 문제를 제기하며 인터넷 매체 등록 요건을 강화한 것은 포털 길들이기라며 내놓은 비판 근거도 방향이 영 잘못됐다. 중소매체는 어뷰징을 할 경우 뉴스제휴가 끊기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에 비해 대형언론들은 어뷰징을 해도 ‘포털 너희들이 어쩔 수 있겠느냐’며 포털이 계약해지를 하지 않을 것을 알고 악랄한 어뷰징, 갑질을 통해 부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뉴스 품질이 낮아진 근본 원인도 인터넷 신문 난립이 아니라 조중동 등 주요매체들의 어뷰징 탓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조중동 대형 언론이 포털이 설마 우리와 계약을 끊겠느냐는 심리로 어뷰징을 하고 있다는 현실에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주류언론을 견제하려는 것인지 이유는 단정할 수 없지만, 포털이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매체를 마구잡이로 포털에 진입시킴으로써 사이비언론 문제나 뉴스 품질 저하를 유발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도 사실 아닌가.

또 주류언론이 악랄한 어뷰징으로 부당한 수익을 얻고 있으며 뉴스 품질 저하의 책임이 있다고 쳐도, 그걸 바로잡지 않고 눈감고 있는 것도 바로 포털이다. 어뷰징과 사이비언론 문제를 근본적으로 책임져야 할 곳이 바로 포털이라는 얘기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언론의 타락 뿐 아니라 인터넷 재벌 포털이 중소업체의 사업영역과 아이디어를 빨아들여 자신들 배만 불리는 악덕 기업의 행태도 계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주류언론, 정부 탓만 하면서 가장 크고 결정적인 책임을 져야할 포털에는 눈을 감는다는 건 심각한 모순이다. 아니 누구보다 앞장서 포털을 비판해야 할 입장인 좌익 군소매체들이 포털에 침묵할 뿐 아니라 아예 포털을 옹호하고 나서는 지금의 모습은 기괴하고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도대체 누가 누굴 편들고 있는 건가. 지금 포털의 편향성 논란이나 사이비언론 문제를 가지고 유불리에 따라 포털을 비판, 옹호하며 여야나 언론이 편을 갈라 싸우는 건 그야말로 포털의 장난에 놀아나는 것이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신문을 읽지 않는 10대, 20대 미래세대에겐 포털 사이트가 신문이다. 이들이 왜곡된 정보가 끌려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포털 개혁에 의원 전원이 나설 것을 촉구했다./사진=미디어펜
여연 보고서의 진정한 의미, 포털이 지배하는 대한민국 벗어나라는 것

중요한 것은 포털이 자신들은 언론이 아닌척 하며 법망은 피하면서 실제로는 언론 위의 언론으로 가장 강력한 언론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새누리당의 보고서는 포털이 정부여당에 불리하게 뉴스를 편집하고 있다는 편향성이 아니라, 포털이 편집권을 행사하는 언론이라는 정체성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국민의 80%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젊은 층의 포털 의존도는 절대적”이라며 “포털은 뉴스 구성에서 언론사와 기사를 선택하고 제목까지 수정하는 등 사실상 새로운 유형의 언론으로 기존 언론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한 점이야말로 이번 포털 관련 보고서가 말하는 핵심이다. 언론의 상왕 역할을 하는 포털이 쳐 놓은 그물 안에서 우리끼리 먹이다툼을 하고 공정성을 다투는 사이 오롯이 이익을 가져가 배를 불리는 건 포털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어찌됐든 포털의 뉴스 편집 문제가 기왕 불거져 나왔으니 이번 논란이 포털의 정체성과 공적 책임으로까지 논쟁이 확대되길 바란다. 그래서 포털이 언론으로서 제대로 책임을 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강조하건데, 현재 포털의 편향성 논란을 두고 어떤 특정 정치세력의 ‘포털 길들이기’라는 허상에 갇혀 논의가 흘러가선 곤란하다. 본질은, 포털이 지금 거대한 자기들 이익틀에 대한민국을 가두고 모두를 길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포털 편향성 논쟁이 포털이 원하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편을 갈라 싸우는 식이 아니라 포털이 쳐놓은 거대한 프레임을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