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 |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유세 시절부터 현재 임기 절반을 지난 최근까지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최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부정부패 사범 단속 강화를 선언했다. 그 일환으로 검찰이 공직비리, 국가 경제성장 저해 비리, 국민 혈세 낭비 및 국가재정 비리,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전문 분야의 구조적 비리 등 주요 범죄 유형에 대한 수사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어떠한 비리도 용서하면 안 되는 깨끗한 공동체를 구현해야 하는 사법당국의 할 일이다. 새삼스럽게 늘 해 오던 업무에 대해서 장관이 직접 의지를 표명하고 수사방안을 논의하고 수사진을 보강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내 보이고 있다.
그 사정의 칼끝이 전·현직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공공기관, 공기업, 대기업 등을 겨누고 있다. 모양새를 보았을 때에는 대대적인 사정 칼날을 휘두를 기세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의 칼날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참으로 의문스럽다. 결국 힘 빠진 전 정권 인사, 기업인들만 수사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정작 수사해야 할 대상은 하지 못한 채 말이다.
반성이 없는 정치인
9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 8,000만 원의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되었다. 구치소로 들어가는 마지막까지도, 여성계의 인사와 많은 국회의원들이 배웅하면서 마치 여성 투사가 감옥에 가는 것처럼 보였고, 정작 한명숙 본인은 어찌나 당당하던지... 정말로 무죄인데 억울하게 정치탄압으로 옥살이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자주 하면 믿게 된다는 나치의 선동가 괴벨스의 말을 잘 신봉한다. 자신의 치부를 덜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정치쇼라면 자신의 결백을 믿어달라고 거짓말을 한다. 솔직히 한명숙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놓고 판결이 나오기까지 5년이 넘게 걸렸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말들이 많았다.
필자처럼 평범한 사람이 만약 어디 상점의 돈을 훔쳤다면 억울하다는 말도 못한 채 아마 징역 3년형을 곧바로 받고 철장 신세를 질 것이다. 2심과 3심에서 징역형이 선고, 확정됐어도 현역 국회의원임을 고려하여 법정 구속하거나 즉각 수감시키지 못했다. 결국 국회의원 임기를 거의 끝내가는 시기에 확정 판결을 내리는 정말 봐주기가 한명숙 전 총리에게 적용되었다.
아마 그래서 죄를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무척이나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부패한 검사가 했던 대사 중 "호의가 계속되면 나중에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정치인이 호의를 좋아해 권리로 안다면 그 공동체는 참으로 썩은 조직이다.
|
|
|
▲ 정치인들의 인사청탁, 지역구 특혜, 뇌물수수, 성 스캔들 등의 부정부패 사건이 공동체에 만연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라는 가진 권력이 두려워 제대로 심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밥그릇, 숟가락을 지키기 위한 자리 다툼, 자리 지키기도 서슴지 않게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어려운 사자성어를 좋아하는 정치인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낡은 진보를 청산하고 당 부패 척결을 공론화하는 것이 당 혁신의 첫 걸음이라며 어려운 한자성어를 인용했다. 그 한자가 바로 육참골단(肉斬骨斷)이다. 안 의원은 낡은 진보 청산과 당 부패 척결은 시대적인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당내 타성과 기득권에 막혀 금기시돼 왔다며 육참골단이 정풍운동이고, 야당 바로 세우기다라고 강조했다.
야당의 지도자 반열에 있는 정치인들은 육참골단이라는 어려운 사자성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이 담긴 육참골담이라는 사자성어를 지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당 혁신을 다짐하며 자신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육참골단의 각오로 임하겠다면서 표현한 것을 다시 인용했다.
육참골단이 아니라 일금일학해야
육참골단이라는 단어가 적절한가? 오히려 청빈을 강조하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치조직처럼 폐쇄적이고 배타적이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지도부와 소속 정치인들의 부조리 팽배, 윤리의식 고갈 때문에 가능할까?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중국 송나라의 조변(趙弁)이 관리가 됐을 때 거문고를 들고, 학만을 대동한 채 부임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가야금 하나와 학 한마리가 전 재산이라는 뜻을 지닌 일금일학(一琴一鶴) 가슴에 품고 정치를 하라고 하고 싶다. 청렴한 생활로 자신이 본보기가 돼 잘못된 기풍을 바로 잡고, 백성들을 보살피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위로하다 보니 백성들은 매우 기뻐했고, 부패한 관리들도 모범적이고 청렴한 조변의 언행에 순종했다는 일금일학이 지금 더 필요하다.
요즘 따라 정치인들의 인사청탁, 지역구 특혜, 뇌물수수, 성 스캔들 등의 부정부패 사건이 공동체에 만연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라는 가진 권력이 두려워 제대로 심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밥그릇, 숟가락을 지키기 위한 자리 다툼, 자리 지키기도 서슴지 않게 하고 있다. 부정부패를 저지른 정치인을 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정치인 개개인의 청렴의식 제고와 자기반성, 봉사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
|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혁신안을 놓고 서로를 비판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제대로 칼을 겨누어야
그래서 칼끝이 제대로 가야하는데, 가다 말던지, 어느 방향으로 가서 문제가 아닌가 싶다. 현직 정치권을 제대로 겨눠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왕 칼을 뽑았으면 많은 국민들이 증오하는 타락한 정치인을 제대로 심판해야 한다.
전원책 변호사의 저서, 진실의 적들에 다음과 같은 담담한 비판이 있다. 정치자금이라는 명분으로 뇌물을 받아먹은 정치인이 반성의 눈빛을 보일 때는 심판하는 판사 앞에 섰을 때 뿐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은 법정에 세워 반성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참으로 허망했던 것 중 하나가 관리들의 부정부패였다. 결국 한 국가를 좀 먹고 망치는 것은 정치인의 부정부패가 쌓이고 쌓여 그들의 언행이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국민들이 속는 지경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처벌이 엄해질수록 뇌물은 더 교묘해질 뿐 늘면 늘었지 줄지 않는다라고 지식인을 비판한 진실의 적들의 구절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