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FC 바르셀로나가 결국 사비 에르난데스(44) 감독과 결별했다. 사비 감독의 사퇴 표명 후 잔류 합의로 동행이 이어지는가 했으나, 갑작스럽게 잔류는 없던 일로 됐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24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 1군 감독을 계속하지 않는다"고 전격 발표했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주안 라포르타 회장은 오늘(금요일) 열린 회의에서 사비에게 2024-2025시즌 바르셀로나 감독직을 계속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 바르셀로나가 사비 감독 경질을 전격 발표했다. /사진=바르셀로나 홈페이지


그러면서 바르셀로나 구단은 "우리는 사비가 보여준 감독으로서 능력, 팀 주장으로서 놀라웠던 경력에 감사를 표한다"고 사비 감독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사비 감독은 세비야와 시즌 최종전(27일 새벽)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난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며칠 내로 새로운 1군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비가 바르셀로나와 작별하는 과정은 반전의 연속이다. 바르셀로나가 이번 시즌 부진에 빠지며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격차가 벌어지는 등 라리가 우승에서 멀어지자 사비 감독은 지난 1월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구단 역시 사의를 받아들이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사비와 결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사비 감독의 사퇴 결정 이후 바르셀로나 성적이 반등했다. 레알 마드리드에게 우승을 내주긴 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선두를 다투다 라리가 2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게 됐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리그와 16강전을 통과하고 8강까지 올랐다. 파리 생제르맹(PSG)과 8강전에서 1차전 승리를 거두고도 2차전에서 로날드 아라우호의 이른 퇴장으로 1-4로 패하며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사비 감독에 대한 비판은 적었다.

상황이 이렇게 달라지자 바르셀로나 구단은 사비 감독과 오랜 기간 대화를 나눈 끝에 지난달 25일 사비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났다. 사비 감독이 최근 다음 시즌 구상을 밝히면서 "(지금의 바르셀로나 전력으로는) 다음 시즌 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유럽 빅클럽들과 경쟁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비 감독의 이런 발언에 라포르타 회장이 격노했으며, 결국 사비 감독 경질로 급선회해 결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로써 바르셀로나의 대표적 레전드 사비 감독은 씁쓸하게 팀을 떠나게 됐다.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나 바르셀로나 유스팀을 거친 사비는 1999년~2015년 바르셀로나에서 뛰며 리오넬 메시, 안드레아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과 함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은퇴 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 카타르 알 사드 감독을 맡고 있던 그는 2021년 11월 로날드 쿠만 감독의 뒤를 이어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으며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감독 부임 당시 침체돼 있던 바르셀로나를 사비 감독은 2022-2023시즌 라리가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두 시즌 연속 조별리그 탈락으로 팬과 구단의 압도적 지지는 받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는 시즌 중 사퇴 발표, 잔류로 번복, 시즌 종료와 함께 경질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사비 감독의 후임으로는 바이에른 뮌헨과 독일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한지 플릭 감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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