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대형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1조20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국내외 증권·운용사 등 인수·합병(M&A)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인 만큼 업계 2위인 KDB대우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9일 이사회를 열고 현 발행 주식 총수의 100%인 4395만8609주 규모의 주주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주당 예정 발행가는 2만7450원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조2067억원의 운영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유상증자 이후 미래에셋증권의 자본금은 3조7000억원으로 NH투자증권(4조4000억원)과 KBD대우증권(4조2000억원)에 이어 자본금 기준 업계 3위 증권사로 도약하게 된다.

현행 법규상 종합금융투자사로 인가받기 위해서는 자본금 3조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유상증자로 인한 신규 발행 주식 중 14%(615만4205주)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되고 나머지 86%(3780만4404주)는 기존 주주들에게 배정된다. 유상증자 이후에는 무상증자가 이어져 기존 주주 및 유상증자 참여 주주 모두에게 총 발행 주식 대비 30%에 해당하는 2637만5165주를 나눠준다.  미래에셋증권은 11월 초 유상증자를 마무리한 뒤 발행 주식의 30%를 무상증자할 예정이다.

우리사주조합 청약일은 이달 24일, 구주주 청약일은 11월4∼5일이며 신주 상장일은 11월19일이다.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금융투자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자기자본 확충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1등 금융투자회사가 되고 적극적 배당 정책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래에셋 측은 "종합금융투자 사업자의 지위를 확보하고 기업 신용 공여와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 신규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국·내외 대형 증권사를 포함한 다양한 인수·합병(M&A) 기회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증자가 KDB대우증권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KDB대우증권 인수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독보적인 증권사 입지를 다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 가격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원 이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셋증권은 KDB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실탄'을 확보한 셈이 됐다.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자본금이 7조9000억원에 달하게 돼 증권업계에서 압도적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현재까지 KDB대우증권 인수 후보로는 KB금융지주와 중국의 금융 그룹인 시틱(CITIC), 한국금융지주 등이 거론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KDB대우증권 매각 방안을 확정해 다음 달 초 매각 공고를 낼 계획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는 초대형 증권사 탄생이라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부합한다”며 “양사가 각자 다른 강점을 가져 상호 보완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