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씨의 범죄인 인도 문제를 놓고 몬테네그로 사법부간 엇갈린 판결을 내놨다. 이로 인해 권씨의 신병 인도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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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도형씨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24일(현지시간) 권씨 측 항소를 받아들여 고등법원의 범죄인 인도 승인 결정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원심(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고등법원은 지난달 8일 권씨에 대해 한국과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됐다며 범죄인 인도를 승인한 뒤 범죄인 인도국 결정 권한은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권 씨가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약식 절차에 동의한 이상 법원이 인도국을 직접 결정해야 했다며 고등법원이 왜 관할권이 없다고 보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항소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범죄인 인도가 청구된 사람이 범죄인 인도에 동의하는 경우 약식 절차를 적용해야 하고, 이 경우 법원이 범죄인 인도국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항소법원은 고등법원에 권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보낼지 직접 결정하라고 다시 한번 명령했다.
항소법원의 판결은 대법원 결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만큼 고등법원이 재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지난달 범죄인 인도국 결정 권한이 법원이 아닌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는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의 적법성 판단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고등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화하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벌어지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5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피해를 입었다. 권씨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후 지난해 3월 현지 공에서 UAE 두바이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발각돼 붙잡혔다.
현재 한국과 미국 당국 양쪽에서 서로 권씨의 송환을 요구하는 가운데 권씨는 한국행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다.
반면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기에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몬테네그로 정부가 미국 송환에 무게를 둔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이 범죄인 인도국을 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권씨의 미국행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하지만 몬테네그로 사법부간 판결이 엇갈리면서 한국이든 미국이든 권도형 씨의 송환 여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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