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관계자 "러시아 기술진 요구로 엔진시험 다수 진행"
꼬이고 꼬인 기술개발 체계화 가능성…최근 발사 준비 정황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최근 북한이 정찰위성 엔진연소시험을 예상보다 많이 한 이유로 방북 러시아 기술진이 요구하는 검증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26일 연합뉴스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엔진 연소시험을 예상보다 훨씬 많이 했다"며 "지난해 북한의 행동으로 미뤄보면 이미 (발사를) 했을텐데 시험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조함 때문에 일단 쐈지만 지금은 완전히 성공해야 한다는 것 같다"며 "푸틴 대통령의 지원 공언 이후 대거 방북한 러시아 기술자들의 합격 기준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지난해 11월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사진=뉴스1

북한은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진행했다. 관련 정황이 보도된 것만 지난달 이래 3번이다. 정부는 노출되지 않은 시험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과거보다 훨씬 자주 엔진 지상 분출을 시험한 이유는 개발을 돕는 러시아 기술진의 검증 기준이 북한 자체 기준보다 엄격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해 궤도에 올려놨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2024년 3기의 추가 발사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과 8월 실패를 딛고 위성 발사에 성공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3기를 추가로 쏘려면 늦어도 4월에는 첫 위성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엔진연소 시험에 시간이 더 걸리면서 최근에야 위성발사장에서 발사체 궤적 추적·계측·평가 장비 등이 우리 군 감시에 포착되는 등 발사 준비에 나선 정황이 식별됐다.

북한이 위성발사와 관련해 전문성과 숙련도가 높은 러시아 기술진의 검증 기준을 충족하고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조만간 군사청찰위성 2호기 발사를 통해 향상된 발사체 엔진 성능을 과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오는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 31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등을 계기로 북한이 위성을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화성-15형, 화성-17형, 화성-18형 등 다종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면서 고공 엔진 기술을 축적했음에도 위성 발사체 엔진에서 난항을 겪은 것은 기술 개발이 체계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대포동, 무수단, 화성 등 여러 형태의 미사일을 섞어서 개발하다 보니 확실하게 신뢰할 만한 엔진 플랫폼이 없어 미사일과는 탑재체가 다른 위성 발사체 엔진의 개발 과정에도 일관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간섭으로 북한의 기술 기획이 뒤엉켜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 기술진이 (복잡한 기술 개발 체계를) 정리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쏜 군사정찰위성으로 인해 정찰능력을 갖췄다고 자랑했지만 궤도를 돌고 있을 뿐 지상으로 유의미한 신호를 전송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 군 당국은 위성 본체는 발사체보다도 성능 수준이 더 떨어져서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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