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계형 임금체계 개편 필요…노동시장 유연화 없이는 공염불
한국의 고용시장 동향이 심상치 않다. 대내외 요인으로 인한 수출부진과 내수위축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됐고 정년60세 연장 시행을 앞두고 신규채용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년연장으로 인해 향후 3년간 노동시장에 잔류하게 되는 인원이 30만 명에 이르다보니 채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른바 ‘에코 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들이 올해부터 4년간 추가로 10만 명 정도가 노동시장에 유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청년실업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정치권은 여전히 정쟁만 일삼고 있다. 게다가 여야는 노동시장 개혁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방법에 대한 입장 차가 워낙 뚜렷해 앞으로도 논의가 진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사정위도 첫날부터 파행을 겪는 등 노동시장 개혁은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노동시장 개혁과제 연속토론회를 통해서 고용시장의 동향을 분석하여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환기시키고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 요건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이슈에 대한 바람직한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른사회는 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노동시장 개혁과제' 연속 토론회 1차 <한국 고용시장 동향과 임금피크제 도입 방안>을 개최했다. 손정식 한양대 명예교수의 사회와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발제로 시작한 토론회는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가 패널로 참석하여 열띤 토론의 장을 펼쳤다. 아래 글은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 고용노동시장 동향과 임금피크제 도입방안

1. 노동시장개혁의 동향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 반이 경과하면서 국정목표인 ‘고용율 70% 달성’의 고용창출을 위하여 ‘노동시장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 소속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원회’라 한다)에서는 ‘노동시장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운영해 임금과 근로시간, 비정규직과 원하청 문제 등의 노동현안에 대하여 ‘패키지 합의 방안’을 마련한 후 ‘최종 합의안’을 논의했지만, 결렬되었다. 1)

최근 정부는 경제에 부담이 되는 통상임금 및 근로시간의 단축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되도록 최선을 다해 조속하게 입법화하고, 노동시장개혁이 현장에 안착되도록 노사정 대화 등을 통해 노사 파트너십 활성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표명하였다. 2)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관련 법안을 조속히 국회에 상정해 정권을 잃는 한이 있더라고 연말까지 노동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대통령 담화가 나온 후 지난 4월 이후 중단됐던 노사정위원회가 다시 소집됐다./사진=미디어펜

한국 고용시장 동향을 살펴볼 때, 정책적 시사점으로 투자에 기반한 고용확대 유도 필요, 고용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통해 청년고용문제 완화, 폐업 자영업자를 노동 시장에 남아있도록 할 대응책 필요, 일자리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질적 개선 필요,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완화 등이 있다.

2. 정년연장제와 임금피크제의 보완

최근 급속한 고령화의 동향을 고려할 때, 고령화 대책이 초미의 국가적 과제로서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생산가능인구의 부족현상에 대비하기 위하여 2014년에 정년 60세로 연장되어 법적 제도화를 이루었다(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법) 제19조, 공기업 및 300인 사업장 2016년, 300인 미만 2017년 시행). 3)

아울러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고용불안, 청년 고용이 축소될 우려를 해소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을 의무화하였다(고령자고용촉진법 제19조의2 제1항). 하지만 이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노사합의를 거치지 않는 한 이를 실현하기란 실무상 어려운 일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 임금체계를 개편할 때에 단체협약이 없는 사업장이라면 취업규칙의 변경이 필요한 바, 당연히 노사 갈등이 우려되고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법제화는 정부가 기업에게 고령자의 고용연장과 소득보장의 책임을 전가하는 정책방향으로 보여진다. 왜냐하면 정치권과 정부가 무턱대고 정년만 연장해 고용절벽을 자초함으로 노사 및 국민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정년연장이란 복병을 만나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서 40-50대 근로자들의 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 금호타이어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한 지난달 17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한 노조원이 대체인력이 투입돼 일부 가동 중인 공장을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정년연장 법제화에 따라 임금을 축소하는 ‘임금피크제의 도입’ 내지 ‘성과연계형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물론 임금피크제도의 도입은 임시방편적인 정책에 불과하고, 일본과 같이 정년연장제도화에 따라 충분한 준비기간도 없이 임금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제한하는 입법화는 한계를 갖고 있다. 4)

그런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해 근로조건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 ‘취업규칙’과 관련해, 1989년 개정된 현행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에 의한 근로조건의 불이익변경에서 근로자대표의 ‘동의’ 규정을 두고(제94조 제1항 단서), 또한 취업규칙의 변경 시 불이익 변경에 관한 절차규정을 두고 있다(제94조 제1항 본문). 따라서 임금피크제 등 임 금체계의 개편을 위해서는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거나 변경해야 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법의 적용과 해석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해소와 노사 갈등의 예방을 위하여 노사 및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취업규칙의 변경 절차와 기준의 명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해 직면해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5)

이에 대해서는,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내용의 결정과 변경한 경우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개별적인 동의를 필요하지 않고 근로자를 구속한다는 룰을 형성해, 사용자에게 유연하게 근로조건을 결정․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추정규정)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하는 요건은 일본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6) 이러한 합리성 판단과 인정의 핵심은 불이익변경의 필요성과 변경된 취업규칙의 조항이 합리적인가에 대하여 판단하는 데에 있다. 이에 각각 인정 요소별로 합리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 내지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8월 6일 노동개혁 없이는 경제재도약도 없다는 요지의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됐다. 25분간의 담화 중 1/3을 노동개혁에 할애하면서 노동개혁에 대한 간곡한 당부가 있었다./사진=청와대홈페이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무리하게 차용하기 보다는 노사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경우 기업의 원활한 운영과 근로자의 정년보장이 조화를 이루는 차원에서 절충 또는 조정의 법리를 통하여 인정될 필요가 있다. 7) 또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 지에 대하여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이익 증대에 도움이 되고, 이에 따른 근로자의 복지 증진, 임금의 증가, 근로자집단과 성실하게 교섭했는지의 여부 등을 전제로 한다면 사업 경영상의 필요성과 사회적 합리성이 인정되는 한 일부 근로자에게 일시적으로 불이익하더라도 항상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8) 나아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의 개편의무라는 ‘국가 정책의 수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취업규칙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경우에 이를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9)

또한, 이를 기업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인 노사 간의 권장 내지 지원대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령자법 제19조의2 제2항, 제3항). 그리고 베이비부머의 정년 연장․재고용을 통한 60세 정년연장을 유도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을 연계하는 정책은 시급한 과제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이다. 특히, 임금체계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있는 공간(가이드라인 제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현재의 ‘연공임금체계’(단일호봉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직무․능력(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하거나 다양한 하이브리드 임금체계까지 고려한 실용적인 접근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10) 나아가 향후에는 정년을 ‘퇴직 크레바스’를 해소하고 노후생활을 위하여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일치하는 플랜(예, 시간제일자리의 활용 등)도 마련 할 필요가 있다.

3. 결론

이상과 같이 경제․사회의 환경 변화에 따라 관련 정책과 경제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와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노동시장개혁을 위하여 기존 노동법의 체계, 입법시의 노사관계 상황과 고용의 실태, 사회의 요구, 정부의 입법정책 방향과 목적 등에 따라 변화가 필요하다.

   
▲ 바른사회는 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노동시장 개혁과제' 연속 토론회 1차 <한국 고용시장 동향과 임금피크제 도입 방안>을 개최했다./사진=미디어펜

한국 고용시장 동향과 임금피크제 도입방안에 대하여 노동시장개혁의 실현수단은 다양한 정책으로 실현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입안과정에 노사 관계자가 관여할 필요성은 이전보다도 확대되고,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실질적 기초자료의 제공자로서 학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결렬된 주된 원인으로 한국노총은 산하연맹 중 합의반대파(금속노련, 화학노련, 공공산업노련, 공공노련 등)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5대 수용불가 사항’을 선정하고, 이 중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등은 절대로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즉 (ⅰ) 기간제․파견근로자 사용기간 연장(2+2) 및 파견허용업무 확대, (ⅱ) 연장근로에 휴일근로 포함시 단계적 시행 및 특별연장근로, (ⅲ)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의 도입, (ⅳ) 임금체계 개편, (ⅴ)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를 위한 행정 개입(근로계약 해지 및 취업규칙 변경 관련 기준․절차 명확화)이다.

2) 관계부처 합동, “범정부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 발표”, 2015.6.17. 보도자료 참조.

3) 입법과정을 보면, 2013년 4월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위원회 대안’을 채택하였다. 당시 개정안에 대한 논의 쟁점은 (ⅰ) 대상 기업규모 및 시행시기, (ⅱ) 정년의무화 예외사업․직종, (ⅲ) 정 년연장에 따른 임금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였다. 같은해 4월 30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ⅰ) 임 금체계 개편 등에 임금피크제 등 임금조정의 포함 여부, (ⅱ) 임금체계 개편 등 조치의 강행규정 여부, (ⅲ)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연계 확보방안, (ⅳ) 법제사법위원회의 수정안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문제제기 등 논의를 거쳐서 의결되었다. 최종적으로 권고사항이던 고용촉진법 제19조의 정년규정이 ‘정년 60세 의 무화’ 등을 포함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일부개정 2013.5.22 법률 제11791호, 공포후 1년 경과후 시행).

4) 일본은 1994년에 ‘60세 정년제’를 도입한 지 20년 만인 2013년 4월부터 ‘65세 정년’의무화의 「고령자 등의 고용의 안정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동법 제9조(고령자 고용확보조치)에 의하면, ‘정년을 정 하고 있는 사업주는 (ⅰ) 정년연령 연장, (ⅱ) 계속고용제도(현재 고용한 고령자가 희망시 정년 후에도 계 속고용제도)의 도입, (ⅲ)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5) 고용노동부는 2015년 5월 28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에 대한 세미나행사장 에서 노동계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편 강행을 위한 요식행위”라면서 강력하게 저지해 무산된 일이 있다.

6) 대법원 2001. 1. 5. 선고 99다70846 판결, 대법원 2002.6.11. 선고 2001다16722 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 ; タケダシステム 事件(최고재판소 1983. 11. 25, 勞判 418호, 21쪽). 大 曲市農業協同組合 事件(최고재판소 1988. 2. 16, 民集 42권 2호, 60쪽)).

7) 참조로 일본의 경우 노동계약법 제10조에서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에 의하여 근로조건을 변경한 경우, 변 경 후의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주지시키고, 취업규칙에 의한 변경이 근로자가 받는 불이익의 정도, 근로 조건 변경의 필요성, 변경 후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노동조합 등과 교섭상황 그 밖의 취업규칙의 변 경에 관계된 사정에 비추어 합리적인 경우에는 근로계약의 내용인 근로조건은 그 변경 후 취업규칙에 정 한 바에 의한다. 다만, 근로계약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해서는 변경되지 아니하는 근로조건으로 합의한 부분에 관하여는 제12조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하여 종전의 최고재판소 판례 법리를 그대로 명문화하였다. 다만, 개별적 특약이 있는 경우 취업규칙의 합리적 변경 법리가 미치지 않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제10조 단서).

8) 김형배/박지순, 『노동법강의(제4판)』, 신조사, 2015, 169쪽. ;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불이익한 변경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사정변경의 원칙의 적용’을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권혁,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법리”,『최근 노동법 이슈와 쟁점에 관한 재검토』, 노동법이론실무학회 세 미나 자료집, 2015. 4, 50-57쪽).

9) 羽後銀行 事件(최고재판소 2000. 9. 12, 勞判 788호, 23쪽), 函館信用金庫 事件(최고재판소 2000. 9. 22, 勞判 788호, 17쪽). ; 조상균, “일본노동법의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관한 판례법리와 최근의 동 향”, 『법학논총』 제22권, 전남대학교 법학연구소, 2002, 239쪽.

10) 직무급 임금체계의 개편시 성과배분제의 활성화(우리사주제도의 개편과 현금 성과배분제 활성화), 기업규 모 간 임금격차 완화 조치 등의 정책이 병행 추진할 필요가 있다(김동배, “임금체계 안 바꾸면 노사 모두 어려워진다”(시론), 중앙일보 2015.1.23. 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