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4월 총선 관련 혁신안을 놓고 양보없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혼둔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혁신안에 반발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던 안철수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의 기치를 올린 천정배 의원을 만나자 문재인 대표는 9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생명을 건 선전포고로 맞받았다.

문재인 대표는 “혁신안 처리과정과 함께 재신임을 당원과 국민에게 묻겠다”며 “혁신안이 부결되거나 재신임을 얻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 혁신안에 대해 쓴소리를 높였던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데 대해 “당 대표의 재신임을 왜 국민들에게 묻는지 모르겠다. 대통령도 아닌데, 당원에게 물어야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사진=미디어펜
혁신안은 진통 끝에 당무위를 통과했지만 당 중앙위가 열리는 날인 16일이 문재인 대표로서는 운명의 날이 된 셈이다. 부결되면 사퇴 이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가결되더라도 당원과 국민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또 한 고비가 남는다.

문 대표는 가고 싶지 않은 길이지만 “혁신을 한다니까 혁신까지 흔든다”며 “당이 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고육책임을 자인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처한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해서는 주류·비주류 할 것 없이 공감은 하지만 문대표의 재신임 폭탄발언에 셈법은 각기 다르다. 문 대표의 정면승부수는 성공하면 당 혁신과 리더십 구축이라는 열매를 얻겠지만 실패하면 당의 혼란은 물론 본인의 정치생명까지 담보해야 한다. 이 같은 각기 다른 셈법에 따라 비주류 일각에서 문 대표의 선전포고에 일제히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촉구하는 등 분열 양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혁신안에 대해 쓴소리를 높였던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데 대해 “당 대표의 재신임을 왜 국민들에게 묻는지 모르겠다. 대통령도 아닌데, 당원에게 물어야지”라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안 의원은 “문대표가 혁신안 통과에 집착하는데 과연 혁신안이 중앙위원회에서 의결되면 내년 총선승리 전망이 나아지는지”라고 반문하며 문 대표가 “본질과 관련없는 사소한 부분에 집착하고 있다. 신임만 묻고 이대로 가면 당이 변하는 것도 없고 총선 전망도 힘들어 진다”고 재차 비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전대를 조기에 열어 문 대표와 여러 사람이 경쟁해 정통성 있는 지도부를 만들자”고 말해 사실상 재신임 투표에 대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의 재신임에 대해 “당이라는 저수지에 이미 구멍이 뚫린 상황”이라며 “전당대회에서 선출됐으면 당연히 전당대회에서 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전 대표는 “당 안팎 모든 세력들이 모인 연석회의를 열고 그 결정에 문 대표가 따라야 한다”고 압박했다.

조경태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에 대해 “혁신안 통과를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과 당원을 상대로 사실상 협박을 한 수준”이라고 강경 비난했다.

김영환 의원도 “문 대표의 회견은 배수의 진을 치고 혁신안을 통과 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우리 당은 문재인 대표만의 당이 아니다. 100만 당원이 있는데 본인이 최고위원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신인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와 기득권 유지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문제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표는 잇단 재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리더십에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여기에 비주류들의 주류 챙기기에 대한 섭섭함도 적지 않은 작용을 했다.

곪고 곪았던 계파 갈등과 분열양상이 내년 총선을 대비한 혁신안에서 터진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안에 대한 의구심에서 촉발된 문제가 결국 당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문 대표의 폭탄선언까지 나왔다. 안 전대표로서는 잃어버린 자신의 기반을 찾을 기회다. 리더십 부재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아왔던 문 대표의 행보를 더 이상 좌시했다간 자신의 존재감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한 몫 했으리라.

이래저래 지금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은 극심한 내분에서 벗어나더라도 승자도 패자도 없이 서로가 씻을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될 전망이다. 주류·비주류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