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극저온 추진체 개발 발사에 의문…최소한 2~3년 소요”
공동선언 발표 2시간만에 “누구든지 비핵화 설교하면 주권침해”
中 공개비난 전례 있으나 이례적, ‘한일중 3자 수뇌회담’ 표기 눈길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27일 밤 10시 44분 4차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으나 2분만에 공중에서 폭발해 실패로 끝났다. 앞서 ‘5월 27일 0시~6월 4일 0시’로 항행 경보를 통보한 북한이 예고한 첫날을 택했지만 공교롭게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당일이었다. 북한은 한중일 정상회의 직전 국제해사기구(IMO) 동아시아·서태평양 해역 조정국인 일본 해상보안청에 위성발사 계획을 통보했다.

지난해 북한은 세 차례 위성발사를 감행했고, 그 중 두 번은 실패했으며, 11월 21일 3차에서야 성공했다. 특히 3차 발사는 북한이 당초 통보한 시점보다 한 시간 전인 오후 10시 43분에 발사했다. 3차 때처럼 4차 발사 시점도 기상 상황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위성을 쏘기 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고 한중일 정상 공동선언 내용에 반발한 점에서 같은 날 밤 위성발사도 정치적 의도를 담은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북한은 “대한민국이 주최한 한일중 3자 수뇌회담에서 이른바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운운하는 공동선언이 발표됐다”며 “가장 적대적 관계에 있는 한국이 우리주권을 부정하고 위헌 행위를 강요하려드는 것이야말로 묵과할 수 없는 모독이며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과 그 추종국가들의 침략전쟁연습들이 감행되는 엄중한 안보환경 속에서 비핵화라는 말은 평화와 안정이 아니라 핵위기를 불러오게 될 뿐”이라며 “누구든지 우리에게 비핵화를 설교하면서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국가의 헌법적 지위를 부정하면 가장 엄중한 주권침해 행위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지난해 11월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23.11.22./사진=뉴스1

이를 볼 때 북한의 위성발사 자체를 한중일 정상회의에 맞췄다고 해석하는 것이 지나칠 수는 있지만, 북한이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 때문에 중국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이미 올해 안에 세차례 위성발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5월에서야 올해 첫 발사한 것은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이번 담화에서 ‘누구든지 비핵화를 설교하면’이라고 표현해 중국도 비난 대상에 포함시켰다.

특히 담화에서 북한은 한중일 정상회의를 ‘한일중 3자 수뇌회담’이라고 언급했다. 이전에 ‘중국 일본 남조선 수뇌회담’이라고 표기한 것과 달라진 것이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중국은 한국·일본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이 주장한 것으로 보이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는 물론 한국과 일본이 주장한 ‘한반도 비핵화’가 공동선언 자체에 포함됐다는 것만으로 북한은 중국을 비난했다. 

28일 통일부 당국자도 이와 관련해 “중국이 참석한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이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히고, “다만 전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2015년 9월 박근혜 정부 당시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비난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당국자는 이번에 북한이 ‘한일중 3자 수뇌회담’이라고 표현한 것에 더 주목하면서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5.27/사진=연합뉴스

북한은 이번 담화를 한중일 3국 정상 공동선언이 나온 이후 2시간여만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했다. 따라서 이번 담화는 사전에 준비된 것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에 반발한 '김여정 담화'는 이틀 후에 나왔고, 지난해 8월 한미일 3국의 캠프 데이비드 선언 이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은 나흘 뒤에 나왔다. 
 
이처럼 한중일 정상회의에 반발하는 담화를 미리 준비한 북한이 이왕에 늦은 위성발사를 하필 27일에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은 있다. 특히 앞서 위성발사 실패 때와 달리 이번엔 후속 일정조차 밝히지 못해 원인규명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면서 발사 시점을 계획보다 대폭 앞당긴 것이 아닌지 의혹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1차 실패 때엔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단행하겠다”고 했고, 2차 실패 때엔 “원인규명 및 대책 수립 이후 10월에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엔 후속 일정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원인규명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이 있다. 

이번 위성발사 실패 원인에 대해 북한은 “27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에 탑재해 발사했으나 1단계 비행 중 공중폭발해 발사가 실패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가 사고의 원인으로 파악했으며, 기타 원인도 살펴본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로켓의 연료 체계를 바꿨다며 일명 ‘더티 연료’라고 부르는 하이드라진 방식을 석유연료 방식으로 바꾼 것으로 분석했다. 

   
▲ 북한이 27일 밤 10시 44분에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이 10시 46분경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사진=일본 NHK 화면 캡처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해 11월 위성발사 때부터 러시아 기술진의 자문을 받으면서 장기적으로 보다 안전성이 높은 석유 추진체 방식을 자문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1단 엔진에 문제가 생긴 것이어서 기술 보강에 3~6개월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올해 3기의 위성발사 계획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은 이번 로켓 1단 추진체에 등유(케로신, 북한에선 석유로 명칭) 연료와 액체산소(산화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면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발사체를 폭발시킨 것이 아니라면 탱크, 밸브, 또는 엔진 자체에서 연료와 산화제가 누설돼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누리호, 미국 스페이스 X사의 팰컨 발사체에도 사용하는 이 추진체 조합은 높은 비추력을 생성해 단위 연료당 높은 추력을 생성한다”며 “북한으로서는 고성능 및 높은 발사용량의 발사체를 개발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겠지만, 이러한 극저온 추진제를 사용하면 탄도미사일 개발 기술을 고도화시킨다는 의구심도 제거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다만 “북한이 왜 6개월만에 새로운 극저온 산화제를 이용한 새로운 추진제 조합의 엔진을 탑재한 신형 발사체를 개발해 발사했는지 의문”이라며 “-183도C를 유지해야 하는 이 추진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은 소요된다. 극저온에 견디는 로켓엔진 산화제 관련 모든 소재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