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비 유독 부진…외화증권 보관액 '사상 최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시가 글로벌 주식시장과의 동조화 흐름에서 유리돼 상반기 내내 부진한 모습으로 5월말을 맞이했다. 올해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던진 국내 주식 물량만 약 7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대안으로 해외 주식을 선택하는 흐름이 이어지며 외화증권 보관액은 162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시장에 남아있는 개미들 가운데 지수가 충분히 내렸다고 판단한 이들의 ‘저가베팅’ 흐름도 눈에 띈다.

   
▲ 국내 증시가 글로벌 주식시장과의 동조화 흐름에서 유리돼 상반기 내내 부진한 모습으로 5월말을 맞이했다./사진=김상문 기자


3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유독 글로벌 대비 부진한 흐름에 머무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각각의 ‘위기 대응’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우선 코스피 지수의 흐름을 보면 지난 30일 하루에만 1.56% 하락한 코스피 지수는 결국 연초 대비 마이너스(-) 흐름으로 전환했다. 코스닥 지수 부진은 더욱 심해서 이미 진작부터 연초 대비 4% 정도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국내 증시 부진은 글로벌 시장의 호황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미국 증시의 경우 다우‧S&P500‧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모두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여전히 고가권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가 폭발하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2배 넘게 폭등하는 등 연일 축포를 터뜨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AI 혁명과 관련돼 있는 일부 종목들이 강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긴 하다. 대표적인 종목이 SK하이닉스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40% 상승한 상태다. 큰 폭의 상승이지만 미 증시의 압도적인 상승세와 비교하면 충분하다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나마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는 연초 대비 하락 전환한 상태다. 압도적인 실적에 기반한 낙관적 전망이 여전히 존재하는데도 투심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초 잠시 기대를 모았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화제성도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모습이다.

결국 많은 숫자의 투자자들이 ‘서학개미’로의 변신을 택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증권 보관액이 최근 사상 최초로 120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점은 이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액은 처음으로 1200억 달러를 넘겼다. 해외주식 보유액은 약 880억 달러 규모인데, 이 가운데 약 90%는 미국 주식이다.

물론 국내증시에 남아있는 투자자들 사이에선 최근 들어 ‘저가베팅’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이를테면 개미들은 지난 29일 코스피 시장에서 1조2724억원을 담았고 지난 30일에도 1조192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최근 5거래일 간의 순매수 규모는 3조3773억원에 달해 주가가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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