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해임 위기에서 벗어난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를 향해 "타협점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누구를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다"며 갈등을 봉합하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민희진 대표는 31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의적으로 어떤 게 더 실익인지 생각해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가야한다).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이익과 사업적 비전을 위해서"라며 이같이 밝혔다.
|
|
|
▲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어도어 제공 |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대표이사직을 이어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전날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해임·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또 “하이브가 의결권 행사 금지 의무를 위반하지 않도록 의무 위반에 대한 배상금으로 200억 원으로 결정한다”고 했다.
다만, 민 대표는 대표이사직을 이어가지만 측근인 부대표와 이사 등 기존 임원은 해임됐다. 대신 하이브 측 인사들이 어도어 이사진으로 선임됐다.
민 대표 측 법률대리인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시주총은 5분 정도 진행됐다. 각 안건에 대한 특별한 토론도 별로 없었다"며 "하이브는 1호 안건인 '민희진 해임건'에 찬성하지만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다른 이사 3인 새 선임 건도 특별한 의견 없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 "주주들을 위해"…민희진, 하이브에 화해 요청
민 대표는 이날 모회사인 하이브와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주식회사인 하이브의 이익이 곧 주주들의 이익인 만큼 가치 없는 싸움을 멈추고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 대표는 "(주식을) 1주만 사도 주주다. 주주는 곧 대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주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전이 걸려있기 때문에 더 절박한 문제가 된다. 주주를 생각해서 이런 얘길 하는 거다. 누군가에게 불확실성, 리스크를 계속 가져가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의구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23일 하이브가 민 대표의 '경영권 찬탈' 의혹을 제기한 이후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연일 하락세를 보이다 1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주주들은 양 측의 길어지는 싸움에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표하고 있다.
민 대표는 "저는 항상 정공법이다. 항상 솔직하다. 주주총회로 이사회가 바뀌었으니까 팬들은 걱정하고, 기자들은 궁금해한다. 이걸 한 번에 털기 위해 기자회견을 연 거다"고 긴급 기자회견 개최 배경을 밝혔다.
그는 "톱 보이밴드들이 5년, 7년 만에 낸 성과를 걸그룹(뉴진스)으로 2년 만에 냈다. 그런 성과를 낸 자회사 사장에게 배신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느냐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정적인 단어들은 의리 집단에서나 활용되는 내용이지 이렇게 주주들의 이익을 위하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내야 하는 주식회사에서 쓰여야 하는 단어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민 대표는 "경영인으로서 보여야 하는 자세는 숫자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숫자가 나오지 않으면 경영인으로서 질타를 받아야 한다"며 "이성적이고 냉정한 관점에서 이 사안을 봐야지 어느 때는 감정의, 어느 때는 이성의 잣대를 적용하는 건 아전인수 격이다. 무슨 일이든 본질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는 친목을 위해 다니는 집단이 아니다. 경영인은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기간 내에 어떤 수익을 냈고, 회사에 어떤 이익을 줬냐가 실제 배신감을 줬냐, 아니냐의 척도가 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 "1순위는 어도어와 뉴진스"…민 대표의 청사진
민희진 대표는 "제가 계속 주장하는 건 1순위는 어도어와 뉴진스라는 거다. 이게 최우선이 되는 게 하이브의 실적으로도 이어진다. 큰 이익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인적 누명을 벗어 홀가분하다"고 말한 그는 "조금 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제가 원하는 건 뉴진스란 팀으로 저와 멤버들이 이루고 싶었던 비전을 이어가고 싶다는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뉴진스가 준비하는) 기회와 가치를 과연 날려야 하는 것인가에 의문이 든다. 누군가에겐 굉장한 꿈이고, K-팝에선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기회다.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이게 좌절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민 대표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함께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프로듀싱과 경영을 분리해 전문 경영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의 특징은 어렵고 희한하다. 사람을 갖고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고, 사람의 마음으로 일 하는 거다. 굉장한 변수다. 20년간 이 업에서 일하면서 프로듀싱과 경영이 분리돼선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고 소신을 전했다.
하이브 측 인사들로 채워질 어도어의 새 이사진에 대해선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뉴진스와 제가 계획한 것들을 성실하게, 문제 없이 잘 이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민 대표는 "(새 이사진이 협조하지 않으면)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된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겪어봐야 알지 않나. 저는 겉치레 말을 믿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것보다 실제로 하이브가 어도어를 발전 시키고 뉴진스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저랑 협의를 할 거다. 이게 어도어와 뉴진스의 이득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얘기를 서로 할 것 같다"고 전했다.
|
|
|
▲ 그룹 뉴진스. /사진=어도어 제공 |
#. "배신은 말장난"…독립성 보장 최우선
민희진 대표는 판결문에서 언급된 '배신'이란 단어에 대해 "말장난"이라고 지적하며 "배신은 신의가 깨진 것이다. 신의는 쌍방으로 깨진다. 배신과 배임이란 표현은 법률적, 경영적 판단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의 바람은 '독립성 보장'이다. 그는 "모두에게 유리한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아프더라도 참고 가야한다. 대의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저희(어도어)는 저희대로 독립성을 보장해주면 조용히 저희 할 일을 해서 이득(익)을 낼 거다. 그게 주주환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나"고 전했다.
하이브가 민 대표에게 씌운 '경영권 찬탈' 의혹에 대한 해명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됐다. 민 대표는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어도어의) 경영권은 제게 있다. 하지만 제가 무슨 방법을 모색했다 하더라도 하이브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경업금지'라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주주간계약에 대해선 "주주간계약이 어떻게 수정되든 상관 없다. 다만 '경업금지'란 독소조항만 없어지면 제가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을 포기하고 타협하겠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질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민희진 대표는 "다시 한 번 판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적으로, 건강하게 논의해야 한다. 모두를 위해 움직이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게 경영자의 마인드"라며 거듭 하이브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 상처 받은 뉴진스·BTS·아일릿…"언급이 곧 상처"
앞서 민 대표는 지난 달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의 '경영권 찬탈' 의혹 제기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하이브의 타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 신인 걸그룹 아일릿을 '뉴진스 표절 그룹'이라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신인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씌워 또다른 상처를 낳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이브가 민 대표에게 음반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음반 밀어내기'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엔 하이브 레이블 빅히트 뮤직에 소속된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불똥이 튀었다. 이들 역시 같은 절차를 밟아 순위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뉴진스는 컴백을 한 달여 앞두고 모회사와 소속 레이블의 갈등으로 컴백 일정에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민 대표는 전날 대표이사 해임건 판결이 난 뒤 뉴진스 멤버들의 반응에 대해 "모두 난리 났었다. 일정이 없었다면 다같이 만났을 거다"며 끈끈한 관계를 드러냈다.
상처 받은 타 그룹에 대해선 '모두를 위해 언급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뉴진스도 상처를 받았다. 모두가 다 상처 받은 일"이라면서 "누구를 특정해서 하고 싶은 얘기 보다 모두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면 말을 안 해야 한다. 끄집어내서 상처를 주냐, 마냐 하는 게 상처다. 그분들을 생각하면 언급을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상처를 봉합하기 위해, 씻어내기 위해 타협이 필요하다. 새로운 모색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멤버를 끌어들이려 하면 안 된다. 언급을 말아야 한다. 쟁점이 아니니까"라며 "그게 보호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디어펜=김민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