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군사·외교위 간사 공개 발언 이후 미국 전 북핵특사 “나쁜 아이디어”
“미국 공식입장 그대로…핵무장 주장 무마용·대중국 억제 효과 노리는 듯”
“트럼프 당선 시 국방비 감축 입장, 경제적 이익이면 핵무장 반대 안할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간사를 각각 맡고 있는 로저 워커 의원과 제임스 리시 의원이 잇따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내놓으면서 이목을 끌었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실현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상원 의원은 11월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각각 군사위원장과 외교위원장 후보로 유력한 인물이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의 공식 입장이 바뀌기 어렵고 ▲한국 내 반대여론도 존재하며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31일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1991년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모두 철수시킨 이후 미국의 공식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며 “러시아를 포함해 유럽이 광대한 지리적 특성을 가진 것과 달리 동북아의 지형에선 전술핵을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해 활짝 웃고 있다. 2024.05.29./사진=연합뉴스

이어 전 교수는 “재래식 무기에선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앞선 상황이지만,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자산을 지원하는 확장억제를 약속한 상태”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공화당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나온 것은 한국 내 불안감에서 기인한 핵무장 주장을 무마시키고, 또 대중국 억제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만약 전술핵 재배치가 실제로 논의될 경우 국내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1991년 남한에서 전술핵을 철수할 때에도 반핵시위가 요인이 됐다”면서 “남한에 중거리미사일 배치도 반대하는 중국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일각에서 나온 주장이 국방비를 감축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측 입장과 상반되고,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 실현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 추진될 가능성이 더 높다”며 “트럼프 2기의 유력한 국방장관 후보인 크리스토퍼 밀러는 미국 국방비를 절반으로 감축하겠다고 했다. 만약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생산비용이 추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비개입주의 입장을 가진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 전술핵 재배치는 달갑지 않은 제안이다. 오히려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요구할 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주한미군 감축을 얘기할 때 우리는 독자 핵무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남한을 타격권으로 한 600㎜ 초대형 방사포 위력시위사격을 현지지도 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1일 보도했다. 2024.5.31./사진=뉴스1

정 센터장은 한국의 핵무장 과정에 대해 “미국의 핵보유 용인 아래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고, NPT를 탈퇴한 뒤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그때부터 1~2년 사이에 초보적인 핵무기를 여러개 만들어낼 수 있고, 2년 이상 지나면 대량 양산체제를 갖추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핵무기 보유를 위해선 핵물질 보유가 핵심이므로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재처리 시설만 있으면 현재 우리의 자체 기술 및 인력으로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1990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를 맡았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 30일 제주포럼에서 미국 내에서 나온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나쁜 아이디어”라며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면 북한이 선제적으로 타격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전술핵 재배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야기해 한국과 북한, 심지어 미국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갈루치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안보공약에 대한 확신도 적어 동맹국의 독자 핵무장론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래주의적 성격이 강해 미국에 금전적으로 돌아오는 게 있다면 별로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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