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등락이 변수…내리막 달리면 협상 속도 더딜 것으로 우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주요 시중은행과 투자자 사이의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협의가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도 다음 주부터 수 천 건의 협의를 시작하는 만큼 올해 상반기만 1만 건 이상의 합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시중은행과 투자자 사이의 배상 합의 사례는 5000건을 넘은 상태다. 다만, 홍콩 H지수가 계속해서 내림 곡선을 그릴 경우 협상 속도에 영향이 갈 것으로 우려된다.

   
▲ 지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해 3차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일 연합뉴스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 현재까지 5323건의 H지수 ELS손실 건과 관련된 자율 배상에 합의했다. 

관련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올해 1월 만기 도래한 6300여건의 ELS 손실 확정 계좌(중도해지 포함)를 대상으로 자율배상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중 3440건이 지난달 말까지 합의에 이르렀다. KB국민은행은 이전 실적 129건을 포함해 총 3569건의 배상을 마친 상태다.

은행권에서 배상에 속도를 내고 있던 신한은행도 현재까지 992건의 합의를 도출했다. NH농협은 지난달 21일 손실 고객 대상 자율배상 조정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NH농협은 지난 주 협상이 대부분 타결돼 556건에 대해 배상금 지급을 마무리 했다.

아울러 빠르게 자율 배상을 위해 서류 간소화를 진행하던 하나은행도 6월부터 수 천 건의 배상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모든 은행에서 배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하는 고객들의 합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률이 낮게 책정된 고객의 경우 여전히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등 분쟁조정 및 소송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률이 낮게 책정된 고객이 적지 않아 은행권에서는 협상의 빠른 진척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협상에 있어 중요한 척도인 홍콩H지수도 지난 달 6900대까지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으나 최근 6300대로 내려앉았다. 홍콩H지수는 배상 협상의 주된 변수로 거론된다.

은행의 상품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녹인(knock-in)조건이 붙은 경우 현재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를 상환받을 수 있는 상태다. 녹인 조건이 없는 경우는 65%를 각각 넘어야 이자(이익)를 받고 상환할 수 있다. 녹인 조건이란 가입 기간중 한 번이라도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시점 대비 50% 초과 하락하는 경우를 말한다.

해당 기준에 미치지 못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가입 당시 지수 대비 하락률이 곧 손실률을 뜻해 투자자입장에서는 만기 시점의 지수가 높을수록 피해가 줄어든다.

5대 은행의 내부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에 따르면, H지수가 다시 6700대로 회복되고 6800대에 근접하면 6월부터 녹인 조건이 없는 H지수 ELS만기 도래 계좌는 모두 이익을 내고 상환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8월 이후부터는 H지수가 6500대만 되더라도 5대 은행 ELS에서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21년 8월 이후 H지수가 급격하게 하락해 만기 시점의 이익 분기점(배리어)도 비례해서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오후 4시 기준으로 H지수는 6392.58까지 후퇴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비(非)녹인 ELS를 판매한 은행일 경우 올해 2월 평균 53.98%에 이르렀던 손실률(손실액/만기도래 원금)이 5월 24일 만기 도래 건에서는 38.80%까지 하락했다가 28일에는 39.17%로 상승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