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선도, 시장 전체 규모 키울 것”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하이트진로가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국내 상장사 기준 9번째, 식음료 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다. 이 회사의 발자취가 곧 우리나라 주류(酒類) 근현대사인 셈이다.   

지난 달 29일 하이트진로는 서울 송파구 깐부치킨 석촌호수점에서 ‘100주년 기념 미디어 데이’ 행사를 열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신제품으로 시장 전체 규모를 키울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하이트진로의 트렌드는 현재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다. 6.25 전쟁과 IMF 금융위기 등 수많은 시련을 극복한 우리 역사가 술에 담겼다. 

   
▲ 하이트진로 테라가 지난 2019년 3월 21일 강원도 홍천공장에서 첫 출고되고 있다./사진=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 전신인 진로소주는 1924년 평안북도 용강에 세워진 진천양조상회다.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진로소주는 피난민들과 함께 남한으로 내려와 보금자리를 옮겼다. 이 회사는 1960년대 월남전 기간 국내 최초로 베트남에 맥주를 수출해 파병 군인들을 위로했다.  

2019년 3월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만든 맥주 ‘테라’로 대박을 냈다. 

하이트진로는 2000년대 후반까지 참이슬과 하이트를 앞세워 소주와 맥주 부문 각각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며 전성기를 누렸다. 2010년대 들어 경쟁사들의 약진으로 하이트진로는 맥주 침체기를 맞았다. 맥주사업 매각설까지 불거지는 굴욕을 맛봤다. 테라 성공과 함께 하이트진로 맥주사업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세영 커뮤니케이션팀 상무는 “테라 출시 당시 중국발 초미세먼지와 황사가 극심했다. 테라의 슬로건 ‘청정라거’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맑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싶은 소비자들의 염원이 투영된 듯, 청정라거 테라는 출시 14개월 만에 8억6000만 병이 팔려 나갔다. 초당 22.7병(330㎖ 기준)을 판매한 셈이다.

같은 해 선보인 ‘진로’는 기성세대의 향수와 젊은 세대의 호기심을 반영했다. 초록병 소주가 아닌 투명한 유리병에 두꺼비가 붙어있는 뉴트로 콘셉트로 1970~1980년대 디자인을 복원, 재해석했다. 진로는 출시 7개월 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했다. 

테라와 진로는 각각 ‘테슬라(테라+참이슬)’, ‘테진아(테라+진로)’’란 소맥 폭탄주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주류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하이트진로는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 전환) 이후에는 가볍게 술을 즐기는 소비자 경향에 주목했다. 알코올 도수와 열량을 낮춘 ‘제류슈거 진로’, ‘진로골드(15.5도)’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 지난 5월29일 하이트진로 100주년 기념 미디어 프렌드십 데이 행사에서 정세영 하이트진로 커뮤니케이션팀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올해는 ‘소주의 세계화’에 적극 나선다. 최근 우리 식음료 기업들은 내수 시장 포화 등을 이유로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수출량이 연평균 15%씩 늘고 있다. 베트남에 첫 해외공장도 짓고 있다. 통합연구소, 증류소도 건립할 계획이다. 베트남 공장은 향후 글로벌 영토 확장 전진기지 역할을 할 예정이다. 

현재 하이트진로 현지법인은 미국, 러시아, 중국, 베트남, 일본, 필리핀, 싱가포르 등에 있다. 수출국은 전 세계 80개국이 넘는다. 

정세영 상무는 “예전엔 브랜드를 내놓으면 소비자가 따라왔는데, 이제는 우리가 소비자를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되는 환경”이라며 “지속적으로 트렌드를 선도하는 신제품을 통해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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