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판단 위한 탐사시추, 올해 연말 돌입…부존량 따져봐야
윤 대통령 "천연가스 최대 29년-석유 최대 4년 쓰는 양 판단"
산업부 "성공률 20%, 최소 5번 이상 시추할 계획"…전문가 "불확실성 존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최근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민국이 산유국으로 발돋움할지 주목된다.

경제성 판단을 위한 탐사시추는 올해 연말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탐사시추를 통해 실제 부존 여부 및 부존량이 얼마나 확인될지, 시추 비용 등을 따져 경제성이 있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인 미국의 액트지오사에 물리 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다"며 "최근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 기관과 전문가들 검증도 거쳤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은 1966년부터 해저 석유 가스전 탐사를 꾸준히 시도해 왔다. 그 결과 1990년대 후반 4500만 배럴 규모의 동해 가스전을 발견해서, 3년 전인 2021년까지 상업 생산을 마친 바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 오른쪽은 국정브리핑에 배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2024.06.03.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번에 지목된 석유 가스전에 대해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라며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며 "석유 가스전 개발은 물리 탐사, 탐사 시추, 상업 개발, 이렇게 세 단계로 진행이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는 실제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실제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탐사 시추 단계로 넘어갈 차례"라며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한 개당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언급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서 "저는 오늘 산업통상자원부의 동해 심해 석유 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며 "사전 준비 작업을 거쳐 금년 말에 첫 번째 시추공 작업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에너지 개발 기업들도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차분하게 시추 결과를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발언 후 추가 설명에 나선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물리탐사를 거의 객관적인 수준에서 다 진행했고 검증 받은 상황"이라며 "실제로 탐사 시추에 들어가서 어느 정도 규모의 매장이 되어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덕근 장관은 국정브리핑에서 "올해 12월 정도부터 실질적 탐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내년 상반기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탐사계획을 보시고 '우리 정부의 큰 예산이 들어가는 작업이지만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고 탐사계획 승인을 해줘서 조만간 진행한다"고 전했다.

안 장관은 이날 자원의 구성과 최대 매장 가능성에 대해 "잠재량이긴 하지만 최대 매장 가능성으로 보면 140억 배럴 정도로 가능성 있다고 보기 때문에 확정되어봐야 안다"며 "추정하기로는 4분의 1 정도가 석유이고 4분의 3 정도가 가스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석유는 우리나라가 4년간 사용하는 분량"이라며 "가스의 경우는 30년 가까이 사용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안 장관은 "최대 매장 가능성이 140억 배럴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는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삼성전자 총 시총의 5배"라며 "향후 탐사시추 비용 어느 정도가 될지는 지금 단계에서 추산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실제 생산은 시추 등 확인 작업을 거쳐 2035년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발 과정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 재정지원, 석유공사의 해외투자 수익금, 해외 메이저기업 투자유치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난관은 시추 비용과 가스전 개발 성사 가능성이다. 산업부는 1공 시추에 지원 10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관계부처 및 국회와의 협의를 거쳐 필요 재원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세계 최고수준의 심해기술평가 전문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 액트지오사에게 동해 심해 탐사자료에 대한 심층 분석을 맡겼다.

   
▲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념도. /사진=대통령실 제공


탐사시추 성공률 가능성 또한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탐사시추 성공률은 20% 정도"라며 "굉장히 높은 수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지만, 필요 재원을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몇번까지 뚫을지 확정되지 않았다"며 "구체적 숫자는 어렵지만 2026년까지 공을 시추할 계획이 있고 최소 5번 이상은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운을 띄웠다. 그는 "시추하는 과정에서 변수가 많기에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또한 "효율적으로 성공을 거둬야 하지만 (탐사시추가) 단번에 성공한다고 말할 수 없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목표는 결국 상업적 성공을 이뤄야 하는 것"이라며 '경제성 확보'가 정부의 제 1의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에 지목된 동해 가스전의 대략적인 위치는 심해(1km 보다 더 아래)다.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있기에 국제분쟁의 우려도 없다.

경제성 확보, 실질적인 성공 가능성에 대해 현 시점에서 단언하기 어렵다. 심해 가스전이라는 위치상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추 성공 가능성과 비용과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본보의 취재에 "시추지역의 지질학적 특징, 시추 궤도, 시추위치, 시추리그 및 시설 상태 등 관련된 여건 모든 것이 다 변수로 작동한다"며 "특히 시추의 목표심도 및 궤도 또한 고려해 방향전환, 각도증가 구간 및 수평구간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시추위치의 지질학적 특성을 고려해 어떤 시추기법을 적용할지도 정해야 한다"며 "구간마다 상대적으로 지질학적 불확실성이 많이 존재하는데, 이 불확실성이 크면 시추자가 실시간으로 급격한 방향전환을 할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하게 강한 암석층을 만나면 굴진율이 저하되고 과도한 진동으로 인해 장비가 손상되는 경우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