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다양한 포트폴리오 살려 제련사업 경쟁력 확보
영풍은 아연 중심…업황 악화에 매출 직격탄
경영권 분쟁 심화되면서 고려아연 경쟁우위 현상 두드러질 전망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고려아연과 영풍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본업인 제련사업에서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은 업황 부진에도 매출을 유지하고 가동률도 100%를 보인 반면 영풍은 매출 감소에 가동률도 60%대로 추락했다. 양 사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공동 영업까지 종료하면서 향후 제련사업에서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사진=고려아연 제공


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분기 본업인 제련사업에서 1조8136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1조8149억 원 대비 13억 원(0.07%)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와 시황 악화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반대로 영풍은 제련사업에서 1분기 2797억 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1분기 4010억 원보다 1213억 원(30.2%) 감소했다. 

1분기 두 회사 모두 아연 가격 하락에 시달렸지만 고려아연은 선방했고, 영풍은 매출 감소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제련사업에서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면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반면 영풍은 아연만 생산하는 체제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에서 아연은 물론 연(납), 금, 은, 동 등 다양한 비철금속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영풍은 아연을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동을 일부 생산하고 있으나 연간 생산량은 황산동 1830톤, 전기동 3600톤에 불과하다.

양사는 설비 가동률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고려아연은 다양항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가동률 100%를 유지했다. 그러나 영풍의 가동률은 64.7%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84.9%와 비교하면 20.2%p(포인트)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영풍의 설비는 노후화됐는데 투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영풍은 올해 1분기 석포제련소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도 가동률 하락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내에서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격차가 향후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련사업에서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양 사는 공동 영업을 종료한 상태다. 그동안 공동 영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왔다. 하지만 현재는 경쟁 관계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판매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내에서는 고려아연이 영풍에 비해 경쟁 우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고객사에서는 고품질의 제품을 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고려아연이 이러한 요구에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고려아연이 연간 60만 톤 이상의 아연을 생산하고 있는 반면 영풍은 30만 톤대를 보이면서 공급 능력에서도 고려아연이 앞선다는 평가다,

특히 영풍 석포제련소가 환경 문제로 인해 60일 조업 중단 처분을 놓고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영풍 고객사들에게는 부담이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인데 영풍 석포제련소가 조업 중단 처분을 받는다면 영풍의 고객사들이 고려아연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에서는 고려아연이 득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게다가 고려아연이 신재생에너지·수소·이차전지 소재·재활용 신사업을 위해 투자를 늘려가면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영풍은 신사업에서도 속도가 뒤처지고 있어 향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제조업 관련 수요가들은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다양한 거래처를 두는 경우도 있지만, 설비 등의 스펙에 따라 기존 공급선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조업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영풍만 고집하던 수요가들도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밖에 없어 고려아연에게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동맹관계 종료로 시너지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고려아연은 오히려 자사 제품 판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영풍은 환경 문제와 사망사고 발생 등 리스크가 많은 상황에서 공동영업 종료가 득보다는 실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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