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홍콩ELS·부동산PF 관련 은행장 간담회 예정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글로벌 증시에서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이 당국, 증권사, 기관, 자산운용사 등 시장 운영에 관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강한 것 같다"며 좀비기업을 퇴출하고 주주환원이 부족한 곳들을 솎아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정부에서 꺼내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에 대해서는 짧은 기간 환경적 요인이 꽤 변한 만큼, 이를 폐지할 지에 대해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글로벌 증시에서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이 당국, 증권사, 기관, 자산운용사 등 시장 운영에 관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강한 것 같다"며 좀비기업을 퇴출하고 주주환원이 부족한 곳들을 솎아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 원장은 4일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금감원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글로벌 증시에서 한국지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면서 국내 주식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대해, "근본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투자 비중이 어느 나라보다 높다거나 한국 주식보다 해외 주식에 관심을 가지는 등에 깔려 있는 저변에는 당국에 대한 불신 또는 증권사 기관 자산운용사 등 시장 운영에 관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권위에 대한 불신이 되게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가가) 오르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주식 시장이 그렇게 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솔직한 심정으로는 좀비기업 퇴출이라든가 주주환원이 부족한 기업들에 대한 옥석이 가려져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정부는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국내 증시의 질적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금감원은 자본시장의 신뢰도 향상을 위해 △주주 중심의 경영문화 정착 △소액주주 권리 강화 등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와 경영판단 원칙의 균형 있는 적용 △밸류업 참여 기업 인센티브 확대 등을 유도하도록 현장 의견을 지속 수렴하는 한편, 관계 당국과의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금투세 도입 여부는 재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0년 금투세가 논의된 후 환경적으로 많이 변화한 데다, 도입에 따른 부작용 우려 등을 고려할 때 금융시장의 관점에서 영향 분석 등을 충분히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19년 말 국내증시 개인투자자 수는 612만명이었는데, 저금리 시기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지난해 말 1403만명까지 치솟았다. 개인투자자의 장외채권 순매수 규모도 2019년 3조 8000억원에 그쳤는데, 지난해에는 37조 6000억원으로 10배가량 폭증했다. 

이 원장은 "금투세를 저는 지금 비판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금투세를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보면 (당시 정책 관계자들이) 노력을 많이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금투세 도입이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정부 초반에 논의가 돼 중반쯤 입법이 된 건데 그 사이에 코로나가 있었고 가상자산이 생겼다. 채권시장이 붐이 되고 그 사이에 금리가 1%대에서 지금 5%대가 됐는데 바뀐 환경들에 대한 고려를 한 번 정도는 해봐야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연결해서 보자면 결국 자본시장과 관련된 전체 제도를 합리화하는 과정에 (금투세 폐지에 대한) 논의의 장이 벌어진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 금투세를 비롯 배당세·법인세·상속세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원장은 지난 2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가 그대로 시행되면 해외주식으로 쏠림이 심해지고,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시장에선 손익통산을 받기 위해 장기보유할 상품도 단기간에 처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금투세가 장기투자보다는 단기매매나 매도를 촉발할 것이란 얘기"라고 지적했다.

또 "금융투자 수익이 5000만원을 초과한 이라면 순순히 세금을 내려고 하기보다는 다른 손실 가능 주식을 팔아 손실을 인식하는 식으로 과세 대상이 되기를 피하는 등 각종 투자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늘면 과세 대상이 아닌 사람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폐지가 '부자감세'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예정대로 내년부터 제도를 시행하는 것을 당론으로 유지하고 있다.

당국이 금융권 지배구조 이슈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에 대해 이 원장은 "무슨 제도가 일도양단으로 엄청난 결론을 낼 거라고 생각을 전혀 안 한다"면서도 "지주회장을 선임하는 절차라든가 이런 것들이 과연 정말 투명한지, 셀프 연임이나 참호구축이라는 비난에 정말 자유로울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갸우뚱하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이 원장은 은행산업과 관련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달 중 은행장과의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간담회는 주가연계증권(ELS)·부동산PF 등 주요 현안사항에 대해 은행권 의견을 청취하고, 은행산업 발전방향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금융권 운영리스크 관리 감독체계도 정비한다. 금융회사의 업무위수탁 확대로 운영리스크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관련 리스크관리 규제체계의 정비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배상책임, IT 전산사고 피해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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