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중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 진출은커녕 2차 예선에서 탈락할 위기에 빠졌다. 태국을 이기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이제 중국은 2차 예선 마지막 상대로 만나는 한국의 '자비'를 구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중국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중국 선양 올림픽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5차전 태국과 홈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홈 관중들의 일방적 응원 속에서도 중국은 전반 20분 태국의 수파촉 사라차트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갔다. 후반 6분 얻어낸 페널티킥에서 페이난둬의 실축으로 동점 기회를 날린 중국은 후반 34분 장위닝의 골로 간신히 무승를 거둘 수 있었다.

   
▲ 중국이 태국전에서 선제골을 내준 장면. 중국은 태국과 1-1로 비겨 조 2위를 지켰지만 3차 예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사진=AFC(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이 경기 결과 중국은 승점 8(2승 2무 1패)로 조 2위를 지켰고, 태국은 승점 5(1승 2무 2패)로 3위에 머물렀다. 이날 싱가포르를 7-0으로 대파한 한국은 승점 13(4승 1무)으로 조 1위와 3차 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중국대표팀과 팬들은 대충격에 빠졌다. 승리를 확신했던 태국과 비기면서 중국이 3차 예선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이 만약 이겼다면 승점 10점이 돼 조 2위까지 주어지는 3차 예선 진출을 조기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승부를 거둠으로써 이제 중국이 태국보다 오히려 더 불리한 상황이 됐다. 남은 최종전 상대 때문이다.

오는 11일 열리는 조별리그 최종 6차전에서 중국은 한국과 원정경기로 만나고, 태국은 싱가포르를 홈으로 불러들여 맞붙는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중국은 패하고 태국은 이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중국과 태국은 나란히 2승 2무 2패, 승점 8점으로 동률을 이룬다. 골득실로 2위와 3위의 운명이 갈리게 되는 것이다.

현재 골득실에서 중국은 +1, 태국은 -2로 중국이 3골 차로 앞서 있다. 큰 격차 같지만 5경기에서 19골을 터뜨린 한국의 득점력을 감안하면 중국이 많은 실점을 하면서 패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2차전 중국 원정경기에서도 3-0으로 이긴 바 있다. 홈에서 치르는 최종전에서 한국은 더 많은 골과 승리를 노릴 것이다.

반면 태국은 조 최약체 싱가포르(1무 4패, 승점 1)를 상대로 다득점 승리가 가능하다. 2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태국은 싱가포르를 3-1로 꺾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은 오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나는 한국이 좀 살살 해주기를 바라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미 조 1위까지 확정지은 한국이 주전들에게 휴식을 준다든지 해서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 중국의 강력한 희망사항이다.

중국의 이런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듯하다. 한국도 나름 중국전에서 화끈한 승리를 거둬야 할 뚜렷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존심을 지키려는 차원이 아니라, 3차 예선 조 추첨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다.

한국은 현재 FIFA 랭킹이  23위로 아시아에서 세번째로 높다. 일본(18위), 이란(20위) 다음이다. 3차 예선은 총 18팀이 6개팀씩 3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인다. 조 추첨에서는 FIFA랭킹 아시아 상위 3개팀이 톱시드 배정을 받는다. 즉, 한국이 3위 이내를 유지해야 톱시드를 받아 까다로운 강팀 일본, 이란과 같은 조에 묶이는 것을 피할 수 있다.

호주가 FIFA 랭킹 24위로 한국 다음 순위지만, 랭킹 포인트는 불과 0.06 차이(한국 1563.99점, 호주 1563.93점)밖에 안된다. 만약 한국이 중국과 비기거나 패해 포인트를 쌓지 못한다면 호주에 순위 역전을 당할 수 있다. 한국이 무조건 이번 중국전을 이겨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중국이 바라야 하는 굴욕적인 희망사항은 싱가포르의 선전뿐이다. 싱가포르가 태국을 잡거나 비겨주거나, 지더라도 최소 실점을 하면 중국이 한국전에서 패해도 조 2위 희밍은 있다.

이런 경우의 수까지 따져야 하는 중국의 처지 자체가 망신스럽다. 중국은 월드컵 본선에 나서본 것이 2002 한일 월드컵 한 번뿐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본선 출전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났다. 아시아에 주어진 본선행 티켓도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좋아진 여건에서 중국이 아시아 3차 예선도 못 가보고 탈락한다는 것은 중국 축구팬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대참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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