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테흐스 총장 "핵 사용, 알고리즘 맡기지 말고 인간 결정하도록"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인공지능(AI) 기술이 갈수록 고도화하는 가운데 이로 인한 핵전쟁 위협이 배가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 유엔총회./사진=유엔 홈페이지


8일 연합뉴스가 영국 일간 가디언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의 생존이 ‘칼날 위에 서 있다’며 핵 보유국들이 핵 확산과 사용을 막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군비통제협회(ACA) 연례회의에서 녹화 메시지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구테흐스 총장은 “핵무기가 사용될 위험이 냉전 이후 최고조에 달해 있다”며 “생존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면서 인류가 칼날 위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각국이 질적인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고 AI와 같은 기술이 이런 위협을 더 증대시키고 있다”며 “모든 국가가 핵 사용을 기계나 알고리즘에 맡기지 않고 인간이 결정하도록 합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에 다르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2년 전 인간이 핵무기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는 데 공감하고 AI가 핵무기를 통제할 수 없도록 하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은 아직 이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특히 핵 보유국들이 핵 확산을 막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무기 사용과 실험, 확산을 막기 위한 체제가 약화하고 있다”며 “핵 보유국들이 핵 확산 금지 의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핵 선제공격에 나서지 않겠다고 상호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과 러시아에는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이 만료되기 전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발효된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수를 1550개로 제한하도록 한 협정이다. 2021년 만료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연장에 합의해 2026년 종료를 앞두고 있다.

협정 만료가 600여일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다시 군비축소로 돌아가도록 이끄는 것은 핵 보유국의 책임”이라며 “대화를 재개하고 어떤 핵무기도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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