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통상 주가에 호재…사모펀드 개입 여부 '주목'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약 1조 38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결과가 나오면서 SK그룹주 역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판결 직후 연속 상승세를 타던 SK주가는 지난 5일 주춤하다가 7일 다시 폭등했다. 그룹 총수의 '세기의 이혼' 소송에 SK주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지주사 SK주가는 전장보다 1만8000원(10.98%) 폭등한 18만2000원에 거래를 끝마쳤다. 이날 3.96% 상승한 채 거래를 시작한 SK 주가는 오후 장에 접어들면서 오름폭을 확대했다.

   
▲ 최태원 SK 회장(사진 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간 지주사 격인 SK스퀘어 역시 전장 대비 1만700원(13.93%) 뛴 8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52주 신고가 기록이기도 하다. 

SK우선주는 전 거래일보다 2만2200원(13.54%) 뛴 18만6200원에, 주요 계열사 SK하이닉스 역시 전장보다 1만3800원(7.12%) 오른 20만75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이날 SK그룹주의 폭등세는 최 회장이 지난 6일 대만 타이베이를 찾아 웨이저자 TSMC 회장과 만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함께 웨이저자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류에 도움되는 AI 시대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고 제안했다. 양사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데 뜻을 모았다. SK하이닉스는 TSMC와의 협업을 통해 6세대 HBM인 HBM4를 내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주는 앞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 이후 급등락을 반복해 왔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김옥곤·이동현 부장판사)는 두 사람의 이혼소송 2심 선고 공판을 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금 1조3808억1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22년 12월 1심에서 인정된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보다 대폭 상향된 금액이다. 

이날 이후 기관 투자자들은 SK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경영권 분쟁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세력과 빼앗으려는 세력 모두 공격적으로 매수에 뛰어들며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9년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 당시 한진칼의 주가는 6개월 만에 4배 이상 뛰기도 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SK그룹주가 한진칼 사태 때와 마찬가지의 흐름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원은 최태원 SK 회장이 소유한 주식이 분할 대상 자산이라고 판단했다”면서 “특히 최 회장이 위자료 포함 1조3828억원을 현금으로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 회장의 경우 당장 2000억원의 현금을 동원해야 하는 만큼 보유 주식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과정에서 경영권, 주주환원 등을 놓고 사모펀드 같은 외부 세력이 끼어들게 되면 SK의 지분 보유 가치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