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상문 기자] 6월 백로는 육추(부화한 새끼를 키우는 일)로 분주하다. 순백의 외모 뒤에는 험난한 자연환경에 굴하지 않는 어미새의 깊은 새끼 사랑이 숨어 있다. 한국의 천연기념물인 '백로·왜가리 번식지'뿐만 아니라 이름 없는 작은 번식지에도 눈물겨운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

경주 동국대학교의 백로·왜가리 번식지, 평온했던 둥지가 소란스러워진다. 먹이를 물고 온 어미의 날갯짓에 새끼들이 깨어난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새끼들이 서로 입을 벌리며 본능적인 울음소리를 낸다.

"배 고파요"라며 앙증맞은 날개를 파닥이며 어미에게 다가가는 새끼들. 강한 녀석은 어미의 부리를 사정없이 물고, 약한 녀석은 "저도 밥 주세요"라며 애처롭게 짹짹거린다.

새끼들이 건강하게 자라 함께 세상을 날기를 바라는 어미의 마음은 선택과 집중으로 이어진다. 가장 활동적인 새끼에게 먼저 먹이를 주고, 나약한 새끼는 먹이로 본능을 일깨우도록 유도한다.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모든 자식이 어미에게 아픈 손가락이 되어서는 안 되기에.

   
▲ 전 세계에 분포하는 백로는 우리나라에는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가 여름철새로 찾아온다. 공통적으로 몸통은 흰색, 크기와 부리, 발에서 구분이 된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늦은 오후, 백로들이 가창오리처럼 군무를 선보인다. 한 무리가 번식지 위를 빙빙 돌자, 자식을 돌보는 백로를 제외한 친구들이 합세 둥지 위를 활공한다. 그러다 각자의 둥지를 향해 급강하 하는 비행술은 맹금류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다.

6월 육추 기간 동안 하루 해가 짧아 보이는 어미의 고단한 삶이 저녁 해와 함께 뉘엿뉘엿 저문다.

   
▲ 순백의 백로가 아름다운 것은 각박한 생태환경에 굴하지 않는 어미의 헌신적인 사랑이 있어서 이다. 번식지는 천연기념물과 지방문화재로 보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예전과 달리 각박해진 생태환경에 먹이 습득은 더 힘들어졌다. 어린 새끼들은 어미의 등장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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