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정감사 이틀째인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국감에서는 선거구 획정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헌재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해 말 당시 헌재가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최대 3:1 이내에서 2:1 이내로 줄여야 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최근 의원정수 현행 300명 유지를 못박은 정치권이 골머리를 썩고 있어서다.

헌재 결정에 따르면 지난 총선대비 지역선거구 및 의석 수를 10여석 늘려야만 하지만 여당은 비례대표 비중을 절대 줄일 수 없다는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막론하고 지역 대표성을 지켜달라는 일부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의 아우성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재경 의원은 "헌재의 선거구 획정 결정 후폭풍이 심각하다"며 "헌재에서도 이 문제를 국회의 몫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향후 흐름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결정 자체는 존중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했다"며 "헌재 결정대로 하면 현재 수도권 의석수만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진태 의원은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군이 지역구인 한기호 의원을 예로 들며 "한 의원은 지역구 면적이 서울의 6.8배인데 이런 점이 고려대상이 안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1년 헌재 결정 이후 도농 격차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헌재 결정이 바뀌어 아쉬움이 많다"며 "국회의원만 고통을 겪는게 아니라 지역주민, 특히 농촌 주민은 갑자기 선거구가 어디로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또 "지역구 수가 최소 3개 이상이거나 선거구 관할 면적이 평균의 2배 이상이면 인구 수와 관계없이 선거구를 정하도록 한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이게 통과되면 위헌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김용헌 헌재 사무처장은 "새로 심리해봐야 하는 사안으로 위헌 여부는 말할 수 없다"며 "지난번에 나온 결정의 취지는 인구 투표 가치의 등가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한성 의원은 지난해 헌재 국정감사때 제공한 주요사건 목록에 선거구 획정 관련사건이 빠져 있었던 점을 지적하며 "국회의원을 속여놓고 기습적으로 결정했다"고 질타했다.

홍일표 의원은 "헌재의 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정치권이 상당한 후폭풍을 겪고 있다"며 "수습하는 게 출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은 "헌재는 이런 결정을 내리면 정치권이 오순도순 잘 토론하고 양보, 희생해 좋은 결정을 내릴거라고 기대했느냐"며 "정치권의 현실을 과대평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헌재는 지난해 10월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3대1에 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6대 3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3대1에서 2대1 이하로 바꾸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어서 개정시한은 올해 12월31일까지다.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지역구 조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여야는 선거구 획정, 선거제도 문제에 대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