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 배분대로 하면 민주당 11곳 대 국민의힘 7곳
민주당, '입법 독주 프레임' 경계…11자리 우선 확보
국민의힘, 보이콧 카드 만지작…특위 가동, 당정 협의로 입법대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여야가 10일 22대 국회 원 구성을 놓고 릴레이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만 참석해 11곳 상임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선출 투표에 돌입했다.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가 열린 것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불참하면서, 민주당이 지난 7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11명의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 명단대로 확정될 전망이다.

협상 핵심카드는 법사위원장이었다. 막바지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운영위 및 과방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는 방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했으나 민주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민주당은 국회 운영위원장 후보에 박찬대 의원, 법제사법위원장 후보에 정청래 의원, 교육위원장 후보에 김영호 의원,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 후보에 최민희 의원, 행정안전위원장 후보에 신정훈 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장 후보에 전재수 의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후보에 어기구 의원, 보건복지위원장 후보에 박주민 의원, 환경노동위원장 후보에 안호영 의원, 국토교통위원장 후보에 맹성규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후보에 박정 의원을 지명했다.

교섭단체인 양당의 의석 수대로 배분하면 상임위원장 직은 11 대 7로 갈린다. 민주당이 이날 상임위원장 11자리를 차지한 이상, 남은 7자리까지 독식할지 또는 국민의힘이 7자리를 가져갈지 주목된다. 이 대목에서 국민의힘이 어떻게 맞서느냐도 중요하지만, 민주당 의중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6월 1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명선 조직사무부총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총선 압승으로 사실상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장 18개 상임위원장 모두를 선출해 국회를 가동해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이 연일 제기하고 있는 '입법 독주 프레임'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이날 자당 몫 11자리만 우선 차지한 것이다.

법사위-운영위-과방위 등 반드시 차지해야 할 상임위원장을 확보하고 나서 국민의힘의 대응을 지켜 보고, 추후 유동적으로 대처하되 국민의힘을 계속 몰아붙이겠다는 복안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만약 오늘 11개가 선출되면 나머지(상임위원장 7자리)는 이번 주 안에 선출해서 상임위를 신속히 가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맞선 국민의힘은 상임위 활동 등 국회 의사일정에 대한 전면 거부(보이콧)를 검토하고 나섰다.

실제로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 당시에도 여야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되면서 180석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18자리를 모두 가져간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이 '상임위 보이콧' 카드를 내밀면서 생긴 결과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번 22대 전반기에도 민주당이 또다시 상임위원장 18자리를 모두 가져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국민의힘은 국회 상임위 보이콧 카드 외에도, 당 정책위 산하에 구성한 15개 특위를 통해 민생 현안을 검토하고 정부부처 단위로 당정 협의를 강화하는 형태로 상임위 활동을 대체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을 '입법 독주 프레임'에 빠뜨리면서 당정 협의를 통해 법 재개정 등 입법을 실현하겠다는 복안이다. 상임위원장 18자리를 모두 내주는 '벼랑 끝 전술'이지만, 민주당을 겨냥해 '이재명 방탄 프레임'까지 부각시키겠다는 계산으로도 읽힌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본보 취재에 "여소야대라는 의석 수 구도는 21대나 22대나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4년 전엔 야당이었고 지금은 여당이기 때문에 입법을 추진할 공간이 더 넓어진 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당 내에서 특위에 따라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활동을 시작한 특위도 상당수"라며 "집권여당의 특위가 당정 협의를 통해 정책을 추진하고 시행령을 발표하면서, 이를 정부가 직접 실행에 옮기면 된다는게 당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사위원장을 빼앗긴 점을 감안하면 상임위원장 남은 7자리를 국민의힘이 가져가봤자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힘든, 쓸모 없는 상황"이라며 "당 지도부가 (7자리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지만 민주당 뜻대로 끌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러한 구상이 장기적 해법이 될 수 없는, '무리한 전략'이라는 우려도 당 일각에서 나온다.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결국 22대 국회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의 대결이 될 것 같고, 국민의힘의 역할이 굉장히 약해지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