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이브'서 인기 유튜버 유나 역 맡아 열연
"신선한 얼굴 칭찬에 감사…색깔 찾아가는 중"
"배우로서 걸어야 할 길 멀어…계속 고민하고파"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혜성처럼 나타났다. 케케묵고 상투적인 문장이 됐지만 박주현의 위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비유일 테다. 2020년 넷플릭스 '인간수업'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박주현. 신선하고 매혹적이었다. 말갛고 똑부러진 인상, 가녀린 실루엣과 대조적으로 툭툭 내뱉는 말투와 표정, 투박한 몸짓의 아저씨 바이브까지. 여성상과 남성상을 동시에 지닌 박주현의 색채는 남녀노소를 사로잡기 충분했다.

"신선한 얼굴이라는 평은 감사하죠. 그런데 감히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제 얼굴을 신선하다고 하기도 그렇고, 익었다고 하기도 그렇고…(웃음) 잘 모르겠어요. 전 제 색깔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박주현은 '인간수업' 이후 드라마 '좀비탐정', '마우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 등에서 다양한 얼굴을 선보였다. 4년이라는 시간을 성숙의 자양분으로 알차게 채운 박주현. 이번에는 납치 스릴러 영화 '드라이브'로 관객들과 만난다.


   
▲ 영화 '드라이브'의 배우 박주현이 미디어펜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메리크리스마스


'드라이브'는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납치되어 달리는 차의 트렁크에서 1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6억 5천만원을 벌어야 하는 인기 유튜버의 긴박한 사투를 그린다.

'드라이브'를 연출한 박동희 감독은 박주현의 눈이 좋았다고 했다. 차 트렁크에 납치돼 한정되고 어두운 공간에서 다양한 표정을 보여줘야 하니 '눈이 좋은 배우'가 캐스팅의 최우선 순위였다.

"폐쇄공포증의 원리는 알지만 그게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거든요. 근데 그 심정이 이해가 갔어요. (트렁크 안에서) 답답해하는 연기를 하다 보니 호흡을 끌어올리잖아요. 그러다 보면 이게 진짜 답답하게 느껴져요. 그러다 보면 이런 느낌이구나, 공포증까진 아니지만, 나중에는 트렁크에서 나오고 싶었어요."

위기 상황에 빠진 인기 유튜버 유나로 변신한 박주현은 두려움과 공포, 분노, 절망 등 다채로운 감정을 소화하며 또 하나의 대표작을 탄생시켰다. 여기에는 감정의 진폭을 단계적으로 설정한 박주현의 디테일이 한몫했다.

"원래도 기본적으로 전체를 보고 강도를 정해놓긴 하거든요. 이 작품은 더더욱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점점 (감정이) 커져야 하는. 제가 원래 1~10단계를 (설정)하는데 1~30이 됐어요. 처음에 다 써버려서. '이건 10이야' 해서 10만큼의 표현을 했는데 뒤에 더 큰 게 나오니까… 그리고 비슷한 감정이더라도 표현은 각각 다르게 하고 싶어서. (감정이) 역동적으로 보여야 할 것 같을 땐 몸도 함께 썼어요. 목소리적으로도 피치라든가 갈라지는 소리, 이런 것들을 되게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평소 꼼꼼한 편이 아니었지만 '인간수업' 김진민 감독의 지도로 이 같은 디테일에 신경쓰게 됐다는 박주현. 털털하고 수더분한 성향이 녹아있는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더 예민해지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제가 성격이 워낙 털털하고 겁이 없어서 그렇게 연기를 해왔거든요. 디테일하고 꼼꼼하기보단 와일드하게, 느낌으로 하는 게 더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김진민 감독님께서 더 섬세해야 하고, 예민해야 하고, 더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알려주셨어요. 그때부터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제 성격을 아니까. 원래대로 했을 때 날 것 같은 느낌이 나올 순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면 디테일에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였어요. 현장에서 긴장을 거의 안 하는데, 조금 더 긴장하고 예민해지려고 노력해요."


   
▲ 영화 '드라이브'의 배우 박주현이 미디어펜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메리크리스마스


박주현은 촬영한 영화를 처음 접한 기술시사 후 돌아온 선배 배우 김여진의 한마디에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연기적인 부분을 계속 보게 돼서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순 없었지만 아쉬운 점이 많이 보였다. 좋은 장면들도 있지만 공부를 하는 것 같다"면서 "마냥 기쁘지 않고 무겁기도 했는데, 옆에서 같이 보신 여진 선배님께서 '자랑스럽다'고 해주셨다. 그 말에 울컥해서 바로 화장실에 가서 울었다"고 털어놓았다.

"최선을 다했다는 걸 스스로 알 수 있을 정도로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후회가 되진 않았어요. 최선을 다해 성장하려 하고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공부하다 보니까. '조금 더 디테일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

'드라이브' 촬영 중 김여진은 존재만으로도 박주현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함께 연기하는 입장이다 보니 여진 선배님은 본인이 겪었던 고충들을 비롯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좋은 언니처럼 공감도 많이 해주시고,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절 많이 믿어주시는 게 느껴져서 힘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선배 배우들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연기를 하면서 버틴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스스로 작아질 일들이 너무 많고, 자존감을 잃을 일도 너무 많고. 사랑을 먹고 힘을 내는 사람들인데, 냉정하고 무서운 곳에서 계속 버틴 것만으로도 강한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전 사실 그렇게 마음이 단단하지 못하거든요. 약간 감성적이어서. 제 주변 사람들도 많이 걱정하죠. 늘 좋은 글들만 올라오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이 늘 나를 예쁘게만 봐줄 순 없으니까. 그걸 인지하고 있어도 상처는 따르는 거잖아요. 그런데 조금 강해진 것 같아요. 선배님들은 이런 것들을 다 겪었을 테니. 풍파를 겪고도 서 계신 분들이니까. 그 분들이 한마디 한마디 해주시는 말들이 제겐 의미가 있고 큰 것 같아요. 여진 선배님이 자랑스럽다고 해주신 것도 무겁게 이야기하신 게 아니라 툭 하신 건데, 전 그 한마디에 힘을 얻고 많은 생각이 훅 스쳐 지나가고. '더 부끄럽지 않게 해야겠다' 생각하는 것 같아요."


   
▲ 영화 '드라이브'의 배우 박주현이 미디어펜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메리크리스마스


'드라이브'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 찬란한 원톱으로 거듭난 스크린 새내기 박주현. 앞으로도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동시에 작품과 어우러지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깊이감이 날로 극대화되고 있는 박주현이 구축해갈 세계가 더욱 기대된다.

"색깔을 찾고 있긴 한데 한편으로는 특유의 색이 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제가 너무 강해서 캐릭터를 죽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박주현보단 캐릭터가 우선이었으면 좋겠고, 언제든 자유로이 변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러면서도 관객분들이나 업계에 계신 분들이 '박주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있었으면 좋겠고…(웃음)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조금 더 두고 보고 싶고, 배우로서 걷고 싶은 길이 너무 많고, 그 도달점까지 아직 너무 멀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동안 계속 고민하면 좋겠어요. 언제 도달할진 모르겠지만 그때쯤은 한 쪽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요."


   
▲ 영화 '드라이브'의 배우 박주현이 미디어펜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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