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해 자본금 확대 및 배당 유보, 17조 반도체 육성책 개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관리기업인 HMM을 재매각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HMM 영구채가 은행 재무상 조단위를 편성하고 있는 만큼, HMM을 떼어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해운정책과 더불어 부처 간 입장차로 당장 재매각에 나서기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 이후 발생할 여러 의사결정의 문제에 대해서는 통합사의 주체가 될 대한항공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관리기업인 HMM을 재매각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HMM 영구채가 은행 재무상 조단위를 편성하고 있는 만큼, HMM을 떼어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해운정책과 더불어 부처 간 입장차로 당장 재매각에 나서기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 이후 발생할 여러 의사결정의 문제에 대해서는 통합사의 주체가 될 대한항공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사진=산업은행 제공


강 회장은 11일 산은 본점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강 회장은 이날 HMM 재매각 계획을 묻는 질문에 "HMM은 작년에 저희와 해양진흥공사가 공동으로 매각을 시도했고, 대체적인 협상과정에서 매각이 결렬됐다"며 "지금 매각이 결렬된 이후에는 HMM을 어떻게 하자는 측면에서 양자간 논의되거나 협의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관리단 체제) 상태가 유지되고 있고, 최소한 지금 매각이 결렬됐으니 재추진한다면 시간이 흐른 뒤에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영구채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주식과 똑같이 취급된다"며 "영구채가 5000원인데 주가가 5000원 이상인 이상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 전환하지 않으면 배임이 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또 "개인적으로 KDB가 은행이기에 HMM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매각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해운정책 등) 여러 전략적 고려사항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잡음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대한항공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아시아나의 화물부문 매각'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강 회장은 "아시아나의 화물 매각이 안 되면 합병은 결렬되고 원점으로 돌아간다"며 "저희는 화물부문 매각이 잘 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대 항공사의 합병 승인 후 아시아나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을 분리매각하는 문제에 대해 산은은 "합병 승인 이후 모든 의사 결정은 대한항공이 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강 회장은 "가덕도 공항과 더불어 거점항공사 문제는 부산 시민들의 열망과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의 합병조건을 다시 한 번 바꾼다면 합병 프로세스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합병 주체는 대한항공이기에 대한항공과 합의하는 게 적절하다"면서 "의견이 필요하다면 표시하겠지만 대한항공에게 어떻게 하라고 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강 회장은 이날 산은이 자체 추진하는 신산업 육성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했는데, 정부의 반도체지원에 발맞춰 파격적으로 산업을 육성할 것임을 시사했다.

강 회장은 "최근 정부의 반도체지원과 관련해 산업은행 출자를 통한 17조원의 자금공급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며 "후속조치로 산은은 제조시설, 팹리스, 후공정, 반도체장비 등 반도체 산업생태계 전반에 걸쳐 국고채 금리 수준의 파격적인 저리 대출을 할 수 있도록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설비투자 특별 프로그램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출자 이전에라도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일정에 맞게 빈틈없는 금융지원을 할 수 있도록 산은 자체적인 반도체 초격차 지원 프로그램을 향후 3년간 15조원 규모로 운영하면서 금리우대 폭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 회장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첨단전략산업 육성 기본계획'에 발맞춰 100조원 규모의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민간기업은 오는 2027년까지 주요 첨단산업에 550조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계획 중인데, 산은이 100조원 가량의 시설자금을 분담할 전망이다. 

강 회장은 첨단산업에 100조원의 정책자금을 공급할 경우, 연간 8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연간 34조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14만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산은은 자금공급여력을 확보해 일부는 현재 기획 중인 반도체 분야에 추가 배분하고, 잔여 자금은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에 집중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AI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용 금융상품과 AI 코리아 펀드 등을 출시하겠다고 부연했다. 

강 회장은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안정적인 재무구조 확보와 자본확충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은 법정자본금 한도가 10년째 30조원으로 묶여 있는데, 현재 자본금은 26조원으로 반도체 산업지원을 위한 증자 예정액과 올해 예정된 증자금액 4000억원을 감안하면 한도는 2조원도 채 남아있지 않다"며 "첨단전략산업 전반을 지원하기 위한 10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 투입과 함께 산은의 BIS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10조원의 자본확충이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이를 위해 산은법 개정으로 자본금 한도를 60조원 수준으로 증액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법 개정으로 배당을 유보하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강 회장은 "산은은 시중은행과 달리 한전과 같은 현물출자 공기업 주식과 HMM과 같은 구조조정기업 출자전환 주식이 자본과 자산 사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순이자마진(NIM)과 총자산순이익률(ROA)과 같은 수익성 지표가 고질적으로 낮고 시황에 따라 재무적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독일 정책금융기관인 KfW를 사례로 정부에 배당을 하지 않고 순이익 전부를 유보해 정책금융에 재투자하겠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순이익을 내부에 유보하면 현금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 수익성도 구조적으로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매년 3조원 이상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까닭이다. 

한편 강 회장은 이날 '본점 부산이전'에 대해서도 다시금 강조했다. 그는 "본점 부산이전은 남부권 경제와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고, 남부권을 또 하나의 성장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정과제로 추진돼 왔고, 작년 5월 산은은 이전대상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며 "22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정부와 함께 국회 설득을 지속해 나가되, 산은법 개정 전에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부산이전은 포기하거나 할 문제는 전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말한다"며 "대통령께서 민생토론회를 하면서 산은 부산이전 있기 전에 실질적인 이전효과가 있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라는 후속 지시사항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본부 산하에 △남부권투자금융본부 △호남권투자금융센터 △지역기업종합지원센터를 추가 신설하고, '사업구조 체인지업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다음달 4일 예정된 인사에서는 지방으로 발령을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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