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11일 제3차 전원회의
노동계 "노동자성 인정받은 업종부터 최저임금 적용 확대 논의"
경영계 "법에서 부여된 권한 넘어서는 일…소상공인 등 처지 고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세 번째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플랫폼 종사자 등 도급 형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팽팽한 공방이 이어졌다. 

   
▲ 류기정(왼쪽)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와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3회 전원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사진=유태경 기자


최저임금위원회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앞선 모두발언에서 노사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와 인상 등에 대한 각자 의견을 펼치며 대립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최근 몇 년간 노동시장 저변 확대에 따라 플랫폼 및 특고 노동자 비율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수백만 노동자가 임금을 비롯한 최소 수준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도 얼마 전 노동 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제정을 약속했듯이 최임위 역시 이들을 최저임금 제도로 보호할 수 있는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할 시기"라고 운을 뗐다.

류 총장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와닿는 시기"라며 "올해 최저임금 심의자료 중 하나인 적용 효과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주들은 전반적인 경영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최저임금노동자는 저율의 최저임금 인상도 서러운데 높은 물가 상승률에 따른 실질임금 저하 현상의 고통까지 겪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식비와 교통비, 정기상여금까지 모두 포함되는 산입범위 확대로 임금 인상 폭은 대폭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제도 목적은 저임금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각종 효과에 대해 우리 시선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지난 2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위원은 특고·플랫폼 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로서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고, 근로자성이 인정된 도급 형태 근로와 관련한 별도 최저임금을 정하려면 최저임금위원회가 아닌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며 "개별사건의 경우 대법원이 천차만별의 위험을 예측해 사전 지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최저임금위원회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했지만, 이런 주장은 최저임금법 명문에 반하는 위반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최저임금법 제8조 1항에서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해 의결한 최저임금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최저임금 결정권을 최저임금위원회에 부여한 것이고, 이는 도급제 등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도 당연히 포함된다"며 "도급 근로자 등에게 적용될 최저임금을 심의 의결권에서 제외하려면 최저임금법에 명문의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와 관한 규정은 전혀 없다"고 근거를 들었다.

또한 "노동계는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적용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고용부 장관이 심의 사항에 넣지 않은 것은 장관의 직무유기"라며 "특고·플랫폼 종사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노동자성 인정도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도급 노동자 중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업종부터라도 최저임금 적용 확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물가 폭등으로 어려운 생활을 영위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업종별 차별 적용이 아닌 최저임금 적용 확대와 인상은 노동자들의 잠긴 지갑을 열고 소비 여유를 줘서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도급 근로자에게 적용할 별도 최저임금을 최저임금위원회가 논의하는 것은 법에서 부여된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라는 게 경영계 입장이다.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현행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은 도급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는 특정 도급 형태의 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서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전제조건이고 그 인정 주체는 정부라는 것을 의미하며, 최저임금위원회가 먼저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의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이 자리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 시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임금 지불 능력이 낮은 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사용자 집단의 처지를 어떤 방식으로 고려할지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단일 최저임금 설정 시 사용자 집단 지불 능력에 맞춰 최저임금 인상 최소화하는 방식 ▲취약 사용자 집단과 지불 능력을 갖춘 사용자 집단을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 등 두 가지 안을 내놓으며 최저임금 구분 적용에 힘을 실었다.

이 본부장은 "최저임금법상 임금 지급 주체로서 지불 능력 취약 사용자 집단 상황을 고려해 구분 적용이 반드시 실현돼야 하고, 그래야만 최저임금 미만율이 낮아져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이 혜택을 보고 노동시장 외부자들은 취업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취약 사용자들도 범법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경영하는 부담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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