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연출 박근형 자성해야…새민련·한겨레 '유신 검열' 정치선동

   
▲ 조우석 문화평론가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문학 장르별 우수작 지원 대상에서 연극연출가 이윤택, 박근형 등을 배제했다고 11일 한겨레가 큼지막하게 보도했다. 그걸 두고 ‘유신시대 정치검열’의 부활이라고 그 신문은 호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도종환 새민련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이같은 정부 공격을 감행했다. 이윤택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했는데, 요즘 들어 각종 지원사업에서 그의 작품이 줄줄이 탈락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슨 특별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처럼 그 신문은 애써 보도했다.

한예종 교수 박근형의 사례도 관심이다. 그가 예술위원회 측으로부터 작품 포기를 종용받았다는 것이다. 그의 경우 2년 전 박근혜 대통령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을 빗댄 연극 ‘개구리’를 국립극단 무대에 올렸던 장본인이라서 관심이 더욱 증폭된다.

   
▲ 국정감사에서도 JTBC가 보도한 문화계 '정치검열'이 논란. /사진=jtbc 캡처
한겨레 대 미디어펜의 엇갈린 논조

이 사안과 관련해 미디어펜은 최근 기사를 통해“수억 원 대의 세금을 지원받는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가 정치편향성과 반(反) 국가적 내용으로 채워질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런 연극을 정치검열로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졸렬한 정치공세란 지적이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나의 경우 이윤택의 재능과 폭발적 무대 연출의 에너지를 높이 평가하지만 창작의 자유를 빙자한 그의 과도한 정치적 편향성을 걱정하는 쪽이다. 그런 그가 정부지원을 못 받았다며 마치 피해자인양 말하는 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나는 박근형의 ‘개구리’를 2년 전 두 눈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때문에 차제에 이 사안에 대한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더욱이 이 사안은 국회에서 논란이 됐다. 지난 주말 국감 현장에서 새민련 의원 도종환이 한겨레 보도를 옹호했고, 여당의 박대출-한선교 의원이 반대 쪽 의견을 제시하며 논란이 분분했다. 진실은 무얼까? 박근형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를 알고 싶으면 2년 전 그가 연출한 국립극단 무대 ‘개구리’를 재검토해야 한다. 그 무대는 고대 그리스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을 번안했다. 원작의 골격만 유지한 채 2013년 당시 대한민국 오늘의 이야기로 바꾸었다는데, 그럼 정치풍자극이 과연 멀쩡할까? 원작은 주신(酒神) 디오니소스가 아테네의 재건을 위해 지옥으로 가서 오래 전 죽은 위대한 현자(賢者)들의 조언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막상 그 무대는 반(反) 박정희, 친(親) 노무현의 정치편향성으로 채워지는데, 이런 식이다. ‘개구리’의 주인공은 천주교 신부와 불교의 동자승이다. 신부는 “악다구니 개판 세상”이 지긋지긋한 나머지 “나약하고 실수 많았지만 자기 잘못에 대해 정직했던 ‘그 분’의 지혜를 얻고자 저승으로 떠난다. ‘그분’은 전직 대통령 노무현을 지칭한다.

   
▲ 2년 전 박근형이 연출한 국립극단 무대 ‘개구리’는 반 박정희 친 노무현이라는 정치편향의 작품이다./사진=연극 '개구리' 포스터
연극 ‘개구리’는 반(反) 박정희, 친노의 저질연극

달리 말해 노무현을 환생시켜 대한민국을 다시 다스려달라고 간청하는 모양새가 이 연극이다. 실제로 저승에 도착한 신부와 동자승은 ‘그분’에게 이승으로 함께 내려갈 것을 간청한다. 폼 나게 설정된 ‘그 분’은 이런 간청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이런 배경에 대통령 박정희가 등장한다.

박정희는 연극에서 ‘풍운’이란 남자로 나오는데, 그는 자청해서 속세로 내려가고 싶다고 안달을 하는 남자로 설정된다. 설정 자체가 억지스럽지만, 이후 무대가 가관이다. 즉 ‘그분’과 ‘풍운’의 정치논쟁 구도가 이 연극이다. 즉 한국현대사를 둘러싼 좌우 이념 대결이 국립극단 무대에서 전개된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못할 것도 없겠지만, 균형감각이 있어야 하고, 국립극단의 무대답게 연극적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연극 무대를 약간 볼 줄 아는 필자의 눈에 ‘개구리’는 수준 이하의 정치연극이 분명했다. 그건 쉽게 판단되는데, 무대 속의 박정희는 툭하면 욕설을 해댄다. 이런 식이다.

“우리 딸애 작년에 기말시험(대선을 지칭함) 본 거 있잖아요. 그걸 가지고 컨닝했다, 점수 조작했다 아주 염병을 떨어요. 그걸 가지고 무슨 시험을 다시 보자, 퇴학시키자. 어휴 이 ○○놈들 부모 없이 혼자 산다고 아주 ○을 짜고 있어요. ○○ 옛날 같으면 그냥 탱크로 확!”

그렇게 저질스러울 수가 없다. 저질에 막장 발언도 문제이지만, 내용도 크게 걸린다. 즉 2012년 대선이 불공정했다는 명백한 암시가 이 연극이다. 놀랍게도 이 연극은 현직 대통령도 대놓고 능멸하기도 했다. 그 대목은 교묘하게도 박정희의 발언 방식으로 처리된다. “이것들이 앞에선 쩔쩔매는 척하면서도 뒤돌면 수첩공주니 어쩌니….”하는 저질 대사가 그것이다.

이후 연극은 1960~70년대의 공포정치, 세뇌, 특혜와 부의 대물림 등을 노무현 진영 쪽에서 꼬집는 걸로 일관한다.‘그 분’은 박정희의 이른바 친일 행적을 공격하기도 한다. 다음 대사를 음미해보라. “당신(박정희)은 피로 시작돼서 피로 끝난 인생이야. 그새 잊었는가, 왜놈들의 앞잡이가 되고파 손수 혈서를 쓰던 일을? 만주 벌판에서의 그 치욕적인 활동을?”

실로 아찔한 이 나라 무대예술의 추락

   
 
이쯤 되면 이 무대가 어떤 수준이라는 게 드러날 것이다. 놀라운 것은 연출가 박근형이라는 자의 반응이다. 그는 “현재 권력을 가진 쪽을 신랄히 풍자하는 게 예술이 아닌가?”라고 말했다고 당시 신문들이 보도했다. 더 가관은 당시 국립극단 예술감독이라는 손진책의 이 무대 옹호다. 그는 “이런 연극을 국립극단이 만들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한국사회가 건강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쯤되면 후안무치한 태도에 공직수행에 부적합자들의 조합이다. 당시 나는 모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좌파연하지 않으면 명함을 못 내미는 사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상업적으로 돈이 안 되는 분위기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 상업연극이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국립의 간판 아래 저토록 저열한 정치연극 무대를 꾸미는 저 얼간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

그 생각 지금도 젼혀 변함없다. 그로부터 2년 뒤 연극연출가 이윤택, 박근형 등을 지원대상에서 배제한 문화예술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그건 너무도 자연스럽다. 이 사안을 두고 '유신시대 정치검열'의 부활이라고 비판한 한겨레는 묻지마 정부공격에 눈먼 꼴이 됐다.

당연히 미디어펜의 지적이 맞다. 박근형의 신작 무대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누가 보더라도 국가기금의 지원을 받아 마지막까지 제작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 작품을 들고 나와 국고 지원을 받으려는 연극 연출가들, 당신들은 대체 누구인가? 나는 그걸 묻고 싶다. 질문은 계속된다.

그러고도 창작의 자유, 풍자의 자유란 헛구호를 넙죽넙죽 떠들어대는 당신들은 과연 어느 나라 예술가들인가? 반복하지만, 그 따위의 반정부 무대를 올리면서 감히 국민의 혈세 지원까지 받겠다며 손을 내미는 건 부끄럽고, 또 저열한 행위일 뿐이라는 걸 새삼 밝혀둔다. /조우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