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손해보험업계가 북한에서 보낸 오물풍선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보험상품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가운데 이와 관련된 첫 보험사 보상 처리가 이뤄졌다.

현재 여·야가 북한 오물풍선 낙하에 따른 피해보상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황으로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면 향후에는 국가가 피해 보상금을 지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 지난달 29일 경남 거창군 위천면 한 논에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보이는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 잔해 추정 물체가 발견됐다. 사진은 해당 물체. [육군훈련소 제공] 2024.5.29./사진=연합뉴스


북한에서 지난달 28일부터 국내를 향해 거름과 분뇨, 각종 쓰레기 등 오물을 담은 풍선을 담아 보내면서 민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A씨의 자택 앞에 주차한 자동차에 오물풍선이 떨어지면서 앞 유리가 박살났다.

A씨는 이에 자동차보험을 든 B보험사에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 처리 신청을 했다. 자차보험은 상대 운전자 없이 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자동차에 직접적으로 생긴 손해를 보험가입금액 한도로 보상한다.

보험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자차보험은 수리비의 20%는 자기부담이다. 자기부담금은 최저 20만원에서 최고 50만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A씨의 경우 수리비 약 53만원 중 자기부담금으로 20만원을 냈고, 33만원은 B보험사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처리됐다.

B보험사는 오물풍선을 낙하물로 처리해서 A씨의 내년 보험료에 대해 할증하지 않고, 1년 할인 유예 처리를 하기로 했다. 무과실이어도 보험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B보험사 관계자는 "원래대로라면 무사고인 경우 보험료가 떨어져야 하는데 작년과 똑같은 보험료를 내되 할인은 안 되는 것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보험사에도 지난 9일 서울 동대문구에 주차돼 있던 D씨 차량의 유리가 오물풍선으로 파손됐다는 자차보험 처리신청이 접수됐다.

이 차량은 현재 공업사에 입고돼 수리가 진행 중이다. D씨도 일정 부분 자기부담금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 상해보험 표준약관에는 전쟁, 외국의 무력행사, 혁명, 내란, 사변, 폭동으로 인한 손해나 상해의 경우 보상하지 않게 돼 있다. 그러나 손해보험업계는 오물풍선의 경우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보상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북한 오물풍선 살포로 발생한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입법을 추진하되 법령 개정 전이라도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피해 주민들을 신속히 지원하도록 하기로 했다.

피해가 발생한 서울시와 경기도에서는 예비비 등 자체 예산을 활용, 발생한 피해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할 예정이다.

북한이 전날 아침까지 네 차례에 걸쳐 살포한 대남 오물풍선은 모두 160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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