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세미나…경영계는 '우려' 의견 개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고, 이사 선임시 집중투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고, 이사 선임시 집중투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사진=김상문 기자


나현승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12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세미나 발표에서 이와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세미나는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하고 금융감독원이 후원했다.

나 교수는 발표문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 감사위원 전원의 분리선임,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 확대를 통한 이사회 독립성과 주주 권한 강화 등을 제안했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일반 주주에 대해서는 같은 의무를 지우고 있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선임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나 교수는 임원 보수에 대한 정보 공개를 확대해 주주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임원 보수와 보수 정책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내놨다.

또 그는 특수관계인 간 내부거래에 대한 주주 통제 강화를 위해서 내부거래 공시 대상 기업 확대, 공시 대상 거래 요건 완화, 공시 기준 강화,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기업의 자사주 매각 시에는 기존 주주의 주식인수권이 보장되도록 하고, 기업 인수 시 전체 주식에 대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도 필요하다는 주장했다. 종합적으로 나 교수는 소액주주에 대한 이익 침해로 인한 주식가치 저평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역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 상장기업 거버넌스의 핵심 문제는 주주 간 이해충돌 및 부의 이전 등 회사법 관련 문제”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공정거래법으로 주로 규율해 온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발표문에서 “자기거래를 한 기업들이 공정거래법상 규제 회피를 해왔다”면서 "이번 상법 개정을 통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는 자기거래 상황에서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완전한 공정성을 요구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각에서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충돌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주 간 이해충돌이 없는 자본배분, 신규투자 등 경영전략적 의사 결정에 대해서는 오히려 경영판단의 원칙이 인정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해충돌이 없는 일반적 경영 상황의 경우 '선관주의 의무'를 충족하면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 면책 등이 가능하다면서 "남소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사 선임에 대한 주주 권리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 주주총회 정보 알림, 주총 개최일 분산, 소집통지 시 감사 보고서 제출 등을 제안했다.

황 연구위원은 "소액주주가 주총일을 알려면 공시 시스템에 수시로 들어가 확인해야 한다"며 "상장 회사는 1% 이하 보유 주주에게는 개별 통지 없이 공시로 갈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 순서에서는 경영계 측 우려 의견도 함께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은 그 의미가 모호하고 구체적 상황에서 이사 행위의 기준으로 작동하기 어려우므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지난 20년간 우리 법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인 취약한 거버넌스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면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명시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첫 단추”라는 반론을 내놓기도 했다.

정은정 금융감독원 법무실 국장은 "주주 충실의무 도입과 더불어 이사의 책임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경영판단 원칙의 법제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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