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주거래 은행 계좌를 손쉽게 옮길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내달 30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계좌이동제는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때 기존 계좌에 등록된 여러 자동이체 건을 신규 계좌로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것이다.
은행으로서는 주거래 계좌 고객을 얼마나 새로 확보하고 기존 고객을 잘 지키는지에 따라 연간 800조 원대로 추산되는 자동이체 시장의 파이가 결정되는 셈이다.
■6개 은행 참여…내년 2월부터는 지점·은행 웹사이트서도 변경 가능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13일 "10월 30일부터 계좌이동변경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우선 대형은행들 중심으로 서비스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가 시작되면 금융결제원의 자동이체 통합관리 시스템인 '페이인포'에서 통신사요금, 카드요금, 아파트관리비 등의 납부 계좌를 주거래은행 계좌로 손쉽게 바꿀 수 있다.
신규 계좌로 변경 신청하면 5영업일 이내(신청일 제외)에 바뀌게 된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 등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주요 지방은행 등 모두 16개 은행이 초기 단계부터 서비스에 참여한다.
그러나 전국 은행지점이나 각 은행 인터넷 사이트에서 계좌를 변경하는 것은 내년 2월부터 가능하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서비스가 안정화된 다음에 증권사, 저축은행 등 나머지 금융기관들도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간 800조 자동이체 시장 점진적 격변 예고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이체 건수는 26억1천만건에 금액은 799조8000억원에 달한다.
국민 1인당 월평균 이체건수는 8건이다. 건당 평균 이체 금액은 31만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3월 말을 기준으로 자동이체 등록이 가능한 수시입출금식 예금 잔액은 419조원이다.
계좌 수는 2억개이고 이 가운데 개인계좌가 1억9000만개(97.1%)다.
월평균 예금잔액이 30만원 이상인 활동성 계좌 수는 6천만개(31.7%)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계좌이동제가 시작된다고 해서 당장 급격한 '머니무브'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결제원이 지난 7월부터 페이인포 사이트를 통해 조회·해지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페이인포 사이트에서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 탓에 조회·해지 건수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2월부터 지점과 각 은행 인터넷사이트에서도 계좌 변경 신청이 가능해지면 사정이 급격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은행권에선 벌써 계좌이동제 본격 시행에 대비한 경쟁이 시작된 모습이다.
주요 은행들은 주거래 고객을 지키면서 빼앗아오기 위한 특화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은행권 특화상품 출시 경쟁…격전 불가피
시중은행들이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내놓는 특화상품은 주거래 통장, 예·적금· 대출 기능 등을 묶은 패키지 형태가 대부분이다.
고객 수가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말 통장·카드·적금·대출을 묶은 'KB국민ONE라이프 컬렉션'을 선보여 흥행에 성공했다.
'KB국민ONE통장'은 출시 두 달 만에 17만5196계좌를 돌파했고, 판매 잔액은 4058억원으로 불어났다.
국민은행은 "이례적인 흥행이라 할 만하다"며 "고객에게 꼭 필요한 혜택을 담아 관심을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일 한 몸으로 닻을 올린 KEB하나은행도 정기예적금, 주거래 통장, 중소기업대출 기능 등을 포괄하는 '행복투게더 패키지'를 출시하고 고객확보에 나섰다.
월급, 공과금 이체 등 주거래 요건을 1개만 충족해도 전자금융수수료와 자동화기기 타 은행 이체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한다.
정기예금은 1년제로 1인당 가입한도는 5천만원이고, 적금은 5년을 기준으로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2.6%의 금리를 준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9일 예금과 적금 상품의 장점을 결합한 '우리 주거래 예금'을 출시했다.
한 계좌로 예금과 적금 상품을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기예금을 적금처럼 자유롭게 추가 입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만기에는 자동 재예치돼 최장 10년간 복리효과도 볼 수 있다.
신한은행은 주거래 통장과 적금 등을 아우르는 '신한 주거래 우대 통장·적금 패키지'를 출시했다.
농협은행은 통장, 적금, 대출 기능을 담은 'NH주거래우대 패키지'를 오는 15일 선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각 은행이 긴장하고 있다"며 "주거래 고객을 붙잡기 위한 상품 업그레이드 및 서비스 개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