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미국이 9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할지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13일 주요언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오는 16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이틀간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이달 인상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거나 반드시 인상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했지만, 중국 등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 가능성과 뜨뜻미지근한 미국의 경제지표들 탓에 지금은 9월 인상 전망이 다소 수그러져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형국이다.

미국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때는 2006년 6월이었다.

◇금리정책 '진퇴양난' 연준, 깊어가는 고민 = 13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 즉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섣불리 올리기도 어렵지만, 그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는 '진퇴양난' 상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0∼0.25%인 '초저금리' 상태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경제 불확실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에 대응하고자 2008년 12월 현재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연준은 결국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등 전례 없는 정책들을 쓴 뒤에야 추락하던 미국 경제에 간신히 낙하산을 펼 수 있었다.

양적완화는 미국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이바지했지만, 연준으로서는 발목에 납덩이를 하나 더 달게 된 셈이었다. 공개시장조작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통화정책 수단이 양적완화 때문에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연준은 경기침체 탈피를 선언한 이후 가장 오랫동안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은 상태다. 금융위기 이전 두 번의 경기 상승기에 연준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났다는 선언을 하고 나서 3년 이내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미국이 금융위기를 벗어났다고 선언한 때는 2009년 6월이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지난 5월부터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공언한 점도 연준의 운신 범위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졌다. 올해 금리를 올리지 못하면 연준은 '양치기 소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준이 쉽사리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상의 근거가 될 미국 경제지표들이 엇갈린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다.

법률로 규정된 연준의 정책 목표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적절한 장기금리'다. 연준은 이를 바탕으로 '노동시장이 더 개선되고, 물가가 중기적으로 목표치인 2%까지 회복된다는 합리적 확신'이라는 '두 가지 임무'(dual mandate)를 설정하고 있다.

이들 중 고용 측면에서의 임무는 이미 달성됐다. 지난 8월 실업률은 5.1%로 연준에서 완전고용 수준으로 간주하는 5.0∼5.2% 범위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반면, 물가 측면의 임무는 달성과 거리가 멀다.

연준이 물가지표로 삼는 핵심 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올해 들어 1.3%를 유지하다가 지난 7월에는 1.2%로 더 낮아졌다. 전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올해 들어 전년 동월대비 0.2∼0.3% 범위를 맴돌고 있다.

두 물가지표 모두 추세만 보면 중기적 관점에서 2%로 반등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 11일 발표된 8월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이 0%에 머물렀고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가 작년 9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점 역시 물가 상승 기대를 어렵게 하는 지표들이다.

점점 불안해지는 세계 경제 여건 역시 연준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망설이도록 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가 잠정치보다 크게 높아진 3.7%였지만, 세계 경제의 불안은 언제든 미국의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고용 동향도 악화시킬 수 있다.

유럽이나 일본은 물론 중국에서도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금도 상대적으로 강세인 미국 달러화 가치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점도 연준의 고민거리다.

달러화의 '나홀로 강세'는 수출 부진에 따른 성장 둔화는 물론, 에너지 가격과 수입 물가의 하락을 통해 지금도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미국 물가의 상승 억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커지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반대 목소리…찬성론도 여전 = 지난달 중국발 금융시장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일을 계기로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금리 인상의 부작용을 떠안아야 하는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유명 경제학자들부터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금융기구나 중국 같은 다른 나라까지 미국에 금리 인상 연기를 주문하고 나섰다.

심지어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아예 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국제기구나 외국에서 '월권'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미국에 특정한 방향의 통화정책을 요구하는 이유는 세계 경제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 경제권이 좀처럼 경기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전 세계의 자금 이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게 금리인상 연기론자들의 가장 큰 논거다.

미국 재무장관으로 일했던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기고문에서 "세계 경제가 상당한 취약성을 안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전 세계) 금융체계의 일부를 예측 불가능하면서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대적으로 목소리는 적지만, 당장 이달에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웰스파고 투자은행은 지난 8일 보고서에서 "지난달까지 두 달동안 비농업 신규고용 증가량 평균치가 20만9천 건이었고, 지난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대비 1.8% 상승하는 과정에서 서비스부문의 근원CPI 상승폭은 2.6%였다"며 이런 지표들이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6월 발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 초에 미국 금융업계에서 '연준이 제때 긴축정책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택시장에서 자산 거품이 생겼고 결국 금융위기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나왔던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기준금리는 언제, 어떻게 오르게 되나 = 현재 미국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올릴 경우 그 시점으로 9월과 10월, 12월을 거론하고 있다.

인상 폭으로는 목표치의 상단과 하단을 0.25%포인트만큼 한번 올려서 0.25∼0.5%로 만드는 방안이 가장 많이 거론되지만, 0.5%포인트를 올리는 방법이나 0.125%포인트만 올리는 형식 역시 언급되고 있다.

블룸버그뉴스가 지난 9일 금융시장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출한 시점별 금리 인상 확률은 오는 12월이 59.8%로 가장 높았고 오는 10월과 이달은 각각 42.6%와 30%였다.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가정할 때 가장 개연성 높은 인상폭은 0.25%포인트다. 올해 상반기에는 12월에 0.5%포인트를 올릴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이런 가능성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다.

이달과 12월 또는 10월과 12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하던 목소리 역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수그러들었다.

이달 또는 10월에 기준금리가 올라간다면 0.25%포인트만큼 한 번만 올릴 가능성이 가장 크게 제기되고 있다.

연준은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을 뜻하는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작되더라도 완화된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지금까지 언급됐던 방법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능성은 작지만,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의 절반인 0.125%포인트만 올리는 방법이나 현재 범위로 지정된 기준금리를 아예 0.25%로 고정하는 방법도 금융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다.

기준금리인상 이후에 연준이 4조5천억 달러 규모의 보유 자산을 어떻게 줄일지도 금리를 얼마로 올릴지 못지않은 금융시장의 관심사다.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2020년이 돼야 자산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비상 통화정책의 결과로 불어나 버린 자산을 줄이는 일 역시 통화정책 '정상화'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직전 연준의 자산 규모는 약 9천억 달러였지만, 세 번에 걸친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연준의 자산은 금융위기 직전보다 약 5배로 불어났다.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양적완화 과정에서 사들인 채권의 만기를 연장하는 대신 채권을 팔겠다고 나서는 상황을 연준에서 보유 자산을 축소하려 할 때 택할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지목하고 있다.

연준이 보유한 유가증권을 나중에 다시 사들이겠다는 조건을 달아 시중 금융기관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을 흡수하는 '역리포'(reverse repo)의 규모를 현재의 3천억 달러에서 1조 달러 이상으로 크게 늘리거나, 시중 금융기관의 보유 자금을 정해진 기간만큼 연방준비은행에 예치하는 기간제 예금(term deposit)의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 연준의 자산 축소 방식으로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