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상속세 OECD국가 최고 수준
과거 부자 겨냥했지만 현재는 중산층 세금으로
정부가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돼 온 종합부동산세·상속세·법인세 등을 개편해 조세체계를 바로잡겠다는 방침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징벌적 조세’ ‘이중과세’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고, 상속세는 성실한 납세의무를 다 한 후 남은 재산을 상속할 때 세금을 다시 부과한다는 ‘이중과세’ 논란이 있다. 또 법인세는 과도한 과세로 기업의 영리행위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완화하는 데 있어서 정치권의 협조도 가능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미디어펜은 개선 목소리가 나오는 세 가지 세제의 쟁점을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편집자주]

[징벌적 조세-상속세]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개편 이뤄져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7월 세법 개정을 앞두고 정부가 그간 폐지 또는 완화 방침을 밝혀 온 종합부동산세와 더불어 상속세가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여야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상속세 완화에는 뜻을 모으고 있다.

현행 세법상 10억원 상당의 집 한 채를 자녀가 상속받을 경우(일괄공제만 적용시) 공제금 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5억원에 대해 상속세가 부과된다. 1억원 이하 분에 대한 세율은 10%다.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분의 세율은 20%다. 이에 따라 5억원을 넘는 나머지 5억원에 대한 상속세는 1억원의 10%에 해당하는 1000만원, 나머지 4억원의 20%인 8000만원을 더한 총 9000만원의 상속세가 적용된다.

   
▲ ]7월 세법 개정을 앞두고 정부가 그간 폐지 또는 완화 방침을 밝혀 온 종합부동산세와 더불어 상속세가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만약 집값이 15억으로 오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0억원까지는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지만 나머지 5억원에 대해서는 1억5000만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은 30%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상속세는 총 2억4000만원으로 뛴다. 

물가와 자산가치의 증가만 따져도 일괄공제 5억원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속세법 전부개정 당시인 1996년 말 고급주택의 기준은 50평형, 5억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은 10억원을 넘는다.

과거 ‘부자 세금’이었던 상속세가 이제는 ‘중산층 세금’이 된 꼴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격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최대주주의 경우 상속평가액에 20%를 가산해 세금을 부과하는 만큼 최고 60%의 상속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OECD국가들의 평균 상속세율은 26%에 불과하다. 

재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상속세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배경 중 하나가 높은 상속세 부담이라는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을 이어받은 상속인은 지분 매각이나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높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투자보다는 지분을 매각하고 이 과정에서 고용 불안, 지배구조 불안 등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20년 10월 별세한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약 26조원의 유산을 남겼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이 19조원 정도다. 피상속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유족들은 무려 12조원의 상속세를 떠안게 됐다. 이들은 2026년까지 6년간 매년 2조원씩을 납부해야 한다. 홍라희 전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세 모녀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3조원에 이르는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한 바 있다. 

최근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별세로 효성 역시 40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에게 상당한 지분 승계가 이뤄졌지만, 상속 지분으로 인해 주식담보 대출을 받거나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재계는 그동안 상속세를 두고 냉가슴앓이를 해 왔다. '재벌 특혜'라는 논란으로 치부되기에 상속세 화두를 쉽사리 꺼내지도 못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국내 기업의 가치 제고 차원에서 상속세 등 과감한 세제 개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상속세 완화를 단순히 부의 세습으로 치부해 버리면 안된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가업 승계가 흔들리면 기업이 사라지고 일자리와 세수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인 7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2.2%가 상속세 문제 등을 이유로 가업승계를 하지 않고 매각 또는 폐업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상속세 완화는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치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저평가된 우리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게 하고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기업 투자를 유인하는 매력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상속 세제가 경영 영속성 제고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상속세율과 과세 방식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산층 세 부담 완화를 위해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상속세 과표 구간도 경제 규모와 물가를 반영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손 회장의 주장이다.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도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치를 정상화해 기업과 주주가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상속세율 인하와 과세표준 확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속받은 기업인이 기업에 계속 투자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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