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들인 '삼성SDS 홈IoT' 인수…3년 연속 적자 주요인
'삼성' 떼고 '직방' 붙이자 소비자 불만 폭주…경영진 전략실패
[미디어펜=조성준 기자]부동산 프롭테크 기업 직방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스마트홈 사업이 실적 악화를 주도하며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거금을 들여 인수한 삼성SDS의 홈 사물인터넷(IoT) 사업은 로고 변경(삼성→직방) 이후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업계 선두 주자로 꼽히는 직방의 경영 실적도 3년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직방은 지난 2022년 7월 삼성SDS 홈IoT 사업팀을 전격 인수했다.

당시 직방은 스마트홈 시장 1위였던 삼성SDS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그대로 이어받아 신흥 글로벌 스마트홈 강자로 떠오른다는 포부를 보인 바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누리꾼이 '직방 로고' 대신 '삼성 로고'가 있는 도어락을 구매했다며 글을 게시했다./사진=네이버 카페 캡처

하지만 업계에서는 '새우(직방)가 고래(삼성SDS 홈IoT)를 삼켰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직방이 인수 후 성공적인 운영을 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우려는 실책과 함께 확산됐다. 직방의 대표적인 전략 실패는 도어락 등 제품에 '삼성(SAMSUNG) 로고'를 지우고 '직방(zigbang) 로고'를 사용한 것이다.

직방은 삼성SDS 홈IoT 사업팀 인수 후 약 7개월 가량 두 회사 로고를 병행해서 쓰다가 지난해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직방 로고를 쓰고 있다. 양사 계약 시 합의된 부분이라는 게 직방의 설명이다.

직방 로고 적용 이후 삼성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직방 로고가 붙어 있는 도어락 제품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엄마는 (직방 로고 들어간 도어락) 싫다 하셔서 삼성 로고 들어간 도어락 어디서 구입 가능할까요"라는 질문글 등이 게시됐다. 직방 로고가 들어간 도어락을 기피하는 내용의 글은 다수의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안성우 대표를 필두로 한 직방 경영진이 브랜드 파워 격차에서 오는 소비자 심리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직방 관계자는 "아직 직방 브랜드가 홈IoT 분야에서 익숙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며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 수준에서는 차이가 없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구)삼성SDS SHP-DP960, 직방 NEW 푸시풀+ SHP-DP960 Plus./사진=직방 홈페이지 캡처

무리한 사업 확장에 곳간만 축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삼성SDS 홈IoT 사업팀 인수 자금으로만 1000억 원 이상이 투입됐지만 직방이 보유했던 현금성자산은 650억 원 규모였다. 이에 KDB산업은행, IMM인베스트먼트, 하나금융투자로부터 자금을 차입했다. 이는 인수 2년 동안 고스란히 재무 부담으로 다가왔다.

거금을 들였고 로고까지 변경했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반응은 시원찮다. 과거 삼성SDS가 운영하던 시절 홈IoT 서비스는 세계 16개국에 진출해 있었지만 직방은 지난해 기준으로 아시아권 6개국에 진출한 데 그쳤다.

결국 직방은 홈IoT 사업 인수 및 로고 변경 후 3년 연속 적자가 확대되며 부진에 빠진 상태다.

지난 2021년 8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인수가 있었던 2022년 371억 원으로 적자가 불어났고, 지난해에는 37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직방 관계자는 "(삼성SDS 홈IoT 사업 인수는) 미래를 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결정한 것으로 현재 대단한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다"면서 "여전히 '미래가치는 크다'고 판단하며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내실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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