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물가변동 배제 특약 효력 제한한 원심 확정
KT 상대 추가 공사비 소송 중인 쌍용건설에 희소식
[미디어펜=서동영 기자]KT와 공사비 증액을 놓고 법정 다툼에 돌입한 쌍용건설에 유리한 판례가 나왔다. 최근 대법원이 물가가 올라도 공사비에 반영할 수 없다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존재하더라도 공사비 인상을 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쌍용건설에 있어서는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쌍용건설과 협력업체 직원 30여 명이 지난해 10월 KT 판교 신사옥 공사현장 앞에서 KT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사진=쌍용건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지난 4월 부산 소재 교회가 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선급금 반환 청구에서 시공사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한 2심의 부산고등법원 판결이 옳다는 취지로 결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제22조 5항을 이유로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해당 조문에는 '계약체결 이후 설계변경,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등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해당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철근 가격이 두 배가량 상승했는데 이를 도급 금액에 반영할 수 없다면 시공사에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라고 판단했다. 

국토교통부도 2022년 대한건설협회가 질의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무효 가능성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건설현장에서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을 놓고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큰 파급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쌍용건설에 있어서는 희소식이다. KT 판교 신사옥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발주처인 KT에 물가 상승을 이유로 추가 공사비 171억 원을 요구 중이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계약서에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있으나 건산법 22조 5항을 근거로 들며 특약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KT는 계약서의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한때 양측의 협상을 통한 타결 가능성이 엿보였으나 최근 KT가 갑작스럽게 쌍용건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싸움으로 이어지게 됐다. 

KT와의 소송에서 든든한 무기가 생긴 쌍용건설 측은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 것 같다"고 밝혔다. 

쌍용건설이 소송전에서 승리한다면 역시 KT와 공사비 증액을 이유로 갈등 중인 현대건설, 롯데건설, 한신공영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KT는 판교사옥 건설과정에서 쌍용건설의 요청에 따라 공사비 조기 지급은 물론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45억5000만 원) 및 공기연장(100일) 요청을 수용했으며, 이를 포함한 공사비 정산을 모두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KT는 KT에스테이트를 통해 쌍용건설과 상생협력을 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수차례의 회의와 협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쌍용건설은 계약상 근거 없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KT는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그간 논란을 해소하고 명확한 해결을 위해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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