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보이콧' 與, 15개 특위 구성해 11일부터 가동 중이지만 입법권 없어
의장-법사위원장 거머쥔 민주, 상임위→법사위→본회의 하루만에 처리가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3일 하루동안 보건복지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행전안전위원회 등 국회 상임위가 야당 단독으로 열린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전원의 불참 속에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로 치닫고 있다.

22대 국회가 야당 단독 개최 상임위원회와 여당이 주도하는 특별위원회로 각각 따로 운영되는 초유의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회의장에 법제사법위원장까지 장악한 민주당은 본회의와 법사위 소집권을 손에 쥐면서 온갖 입법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법안 발의부터 소관 상임위-법사위 상정과 본회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빠르면 하루만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다.

반면 국민의힘은 15개 특위를 지난 11일부터 가동하고 있지만, 입법 효력이 없는 정책 현안 조율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 전 숙려기간(상임위 15일 및 법사위 5일)을 생략할 수 있고, 상임위 180일-법사위 90일-본회의 60일 등 최장 330일에 걸친 '패스트트랙' 절차 또한 회피 가능하다. 법사위에서 하루 만에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상임위 안건조정위원회를 통해서도 법안 이견 조율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범야권 정당이 민주당에게 협조적으로 나오면, 최장 90일 걸리는 안건조정위 심의도 하루면 끝난다.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 왼쪽)가 6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6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회정치 원상복구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특히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거머쥐면서 최소 90일 걸렸던 본회의 직회부 요구 절차 또한 필요 없어졌다.

민주당은 채상병특검법 등 1차 목표로 삼는 입법안부터 먼저 추진하면서, 대정부질문과 청문회, 국정조사도 이달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정부부처 업무보고부터 요구하면서 이에 불응하면 청문회를 갖겠다는 복안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지난 12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오는 14일 법무부 등 6개 정부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로 의결했다.

13일 야당 단독으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는 오는 18일 전체회의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진현환·백원국 1·2차관, 토지주택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한국부동산원 기관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복지위 또한 이날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19일 전체회의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기일·박민수 1·2차관의 출석을 요구했다.

행안위도 이날 열린 첫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오는 19일 예정된 업무보고와 관련해 행정안전부·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경찰청 등 총 6개 기관의 소속기관장이 서류 제출 요구에 비협조적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맞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개최하는 상임위에 불참하는 대신, 15개 특위를 띄워 당정 실무협의를 통해 민생 현안을 직접 챙기는 방식으로 맞불을 놨다. 정부부처 장차관 등 해당 관료들을 불러 정책 현안을 조율하는 방안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해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입법독주는 반드시 대통령 재의요구권으로 귀결되어서 또 하나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국민의 큰 근심이 될 것"이라며 "우리 당도 최선의 방법 그 다음에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서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현재 고착된 대치상황을 풀만한 대안으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기하고 있다.

엄태영 비대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정쟁이 아닌 민생난 국가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며 "우리 당도 야당의 의회 독식이라는 명분만 내세워 강대강 대치만 계속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 비대위원은 "원 구성과 상관없이 민생경제 현안을 풀고 각종 개혁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여야정 협의체를 바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당론 채택이 된 법안은 사실상 본회의 무사 통과를 보장받게 됐다.

첫 관문인 각 상임위부터 시작해 중간 관문인 법사위, 최종 관문인 본회의까지 민주당은 속전속결로 돌파할 토대를 마련했다.

국민의힘이 어떻게 대응하고 민주당이 얼마나 입법 독주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현 대치상황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