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에 데이터 연결해 현실 상황 시뮬레이션…올해 전국 시범 운영
"정보 공유 체계 개발·전국적 플랫폼 공유 추진"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기존 물 관리 체계에 한계를 느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 수자원공사 물 관리 종합 상황실./사진=유태경 기자


김진곤 한국수자원공사 디지털물관리부 차장은 '디지털 가람 플러스(Digital GARAM+)' 구축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12일 방문한 수자원공사 '물 관리 종합 상황실'의 첫인상은 '크고 분주하다'였다. 방대한 크기의 '빅보드 화면'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올해 홍수기를 일주일가량 남겨둔 탓인지 한 손에 서류를 든 직원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 관리 종합 상황실에서는 공사에서 관리 중인 댐·보 등 시설 및 관련 하천의 수문·기상·수질정보 및 발전현황 등 모든 정보를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홍수와 가뭄, 녹조 등 재난 대응을 위해 24시간 가동된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새 기후 위기가 일상이 되면서 홍수·집중호우 등 물 관리의 복합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사전 대비 등 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홍수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매년 역대 최고 강수량을 기록하지만, 특히 올해 홍수기 강우량은 평년보다 많고 이상 기후로 예상치 못한 비가 잦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첨단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의 물 관리 플랫폼 디지털 가람 플러스를 올해 전 국토에 적용한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와 동일한 디지털 가상세계를 구축하고 각종 데이터를 연결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상세계에서 사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020년 공사가 관리하는 용담댐·섬진강댐·함천댐 하류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하천을 고려한 댐 운영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이를 계기로 댐 방류에 의해 영향을 받는 하류 하천까지 관리 가능한 디지털 가람 플러스를 구축해 이듬해 섬진강 유역에 적용했다. 이후 5대강 본류 유역 운영을 거쳐 올해까지 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56개 댐·보 등 시설로 확대 구축했고, 올해 홍수기에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다.

디지털 가람 플러스에는 정사영상·드론영상·Geo 데이터 등 공간 데이터와 기상·수질·수량·기타 정보 등 연계 데이터가 구축돼 있다. 이들로부터 도출된 수리·수문, 범람, 수질 모형 등 시뮬레이션 결과는 3차원으로 표출해 주고, 강우와 수위, 유량, 물 순환 등 실시간 정보는 표나 그래프 등으로 시각화해 표출하는 등 사용자 편의의 '3D GIS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태풍 자료 등도 연계가 돼 있어 현재 태풍 위치와 이동 경로, 강도 등을 확인할 수 있고, 네이버 거리뷰 등도 연계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지형 등을 볼 수 있어 호우 등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 수위가 적힌 원 색깔을 통해 하천 상태도 확인할 수 있다. 빨간색으로 변하면 홍수가 일어나기 직전인 상황./사진=유태경 기자


수위가 적힌 원 색깔을 통해 하천 상태도 확인할 수 있다. 수위가 낮으면 정상 상태를 유지하고, 수위가 높아질 경우 원이 차면서 최종적으로 빨간색으로 변함에 따라 홍수가 일어나기 직전인 상황임을 알려준다.

디지털 가람 플러스는 이같이 '똑똑한' 플랫폼이지만, 댐 방류 의사결정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수자원공사의 입장이다.

기상청에서 강우 예고가 내려지면 수자원공사는 이를 통해 댐으로 물이 얼만큼 들어오는지, 그로 인해 댐 수위가 얼만큼 올라가는지 등을 예측한다. 댐이 넘치면 위험하기 때문에 넘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빗물을 최대한 받고, 일정 부분들은 방류를 해 줘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류 시나리오를 검토·확인하는 등 절차를 거쳐 최적의 방류량을 결정하게 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현실 세계를 가상 세계로 옮기는 '복제'(1단계), 각종 물 관리 데이터들을 실제로 연계하고 모니터링하는 '관제'(2단계),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한 '모의'(3단계), 각 분야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연계하는 '융합'(4단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자동적으로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자율'(5단계) 등 총 5단계로 나뉜다.

수자원공사는 일부 기술에 대해 5단계 기술들도 구현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3단계까지 실현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차장은 "디지털 트윈 5단계를 자율이라고 얘기하지만, 인명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완전 자율보다는 사람이 하는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댐 방류 의사결정하는 부분에 대한 AI 기술들은 지금 개발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재 방류랑은 홍수통제소와 협의해 정하고 있다. 수자원공사에서 댐 방류량이 하류 하천에 미치는 영향을 1차 분석 후 하천을 총괄 관리하는 홍수통제소에 승인을 요청한다. 홍수통제소가 이를 검토 후 승인하면 수자원공사가 방류를 하는 식이다.

김 차장은 "해당 플랫폼은 홍수 발생으로 인한 영향 사전 검토와 현재 상황 모니터링을 모두 수행한다"며 "다만, 현장에서 발생한 정보들을 이 플랫폼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 공유 체계는 앞으로 개발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코델타시티나 건설현장 등 다른 데서도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해 적용하려고 한다"며 "타 지자체나 부처 등과 협업하면서 전국적으로 플랫폼을 공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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