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보험료 카드 납부 의무화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면서 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14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정문 의원 등 민주당계 의원 12인은 지난 7일 보험사가 보험료를 납부 받을 때 카드 결제를 허용토록 하는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보험료 카드 납부를 허용하지 않는 보험사에 대한 처벌 조항도 담겼다.

   
▲ 사진=미디어펜


민주당 측은 보험료 카드납 의무화를 민생법안으로 정하고 22대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는 카드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보험료의 신용카드 납부를 축소하거나 보장성 보험 등 특정 상품에만 카드 납부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어떤 카드로도 보험료 결제를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 21대 국회에서도 신용카드를 이용한 보험료 납부 의무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연이어 발의했으나 모두 폐기되면서 보험료 카드납부 비중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생명·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생보사의 카드납 지수는 3.8%로 지난해 4분기 대비 0.3%포인트, 손보사는 30.5%로 0.2%포인트 하락했다.

손보사의 경우 자동차보험의 카드납 비율이 80%대를 유지하며 평균을 끌어올렸다. 자동차보험을 제외하면 장기보장성보험은 15.7%, 장기저축성보험은 3.3%에 그쳤다.

금융감독원은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를 유도하고자 보험사별 카드결제 여부를 비율로 보여주는 ‘카드납 지수’를 개발하고 2018년 4월부터 각 협회에 보험사별 카드납 지수를 공개토록 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납부 비중은 여전히 미미해 소비자의 편의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결제가 돼도 자동결제가 되지 않아 보험가입자는 매달 고객센터를 방문하거나 설계사에게 직접 결제를 요청해야 한다. 보험사 대부분이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가입자들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보험가입자들은 편의점에서 1000원 이하의 물건도 카드결제가 되는데 매달 몇만원 씩 내야하는 보험료가 카드결제가 안 되느냐며 이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보험료 카드결제에 소극적인 데는 카드수수료에 대한 고민이 숨어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카드납부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현 2%대인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카드사가 보험사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은 2% 초반대로 월 보험료가 10만원일 때 2000원가량을 카드사에서 수수료로 떼어간다는 의미다.

반면, 카드사들은 수수료가 이미 원가에 준하는 수준이고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수수료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양측이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사의 경우 보험료 납입 기간이 10년 이상인 상품이 많다”며 “월 보험료 규모 또한 커서 보험료 납부를 카드납으로 하게 되면 카드수수료 부담이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사업 마진률이 5% 정도인데 이 가운데 카드수수료로 2%를 떼어가게 된다면 보험사들의 이익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카드결제로 보험료를 받게 되면 사업비도 증가해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게 되고 부담은 계약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을 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빚을 내 적금을 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적금이나 펀드 투자에 카드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