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팽 연구원, "역량 합쳐 개발 집중하는 것이 더 유리"
[미디어펜=이승규 기자] 통신사가 AI(인공지능) 산업 강화에 이어 반도체에도 손을 뻗었다. 특히, 그 동안 최대 경쟁자였던 SK텔레콤과 KT가 동맹을 하게 되며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양사는 자회사, 투자사를 앞세워 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와 KT가 665억 원을 투자한 라벨리온은 3분기 중 합병을 할 계획이다. 라벨리온이 경영을 책임질 예정이며, NPU(신경망처리장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감 있는 경영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 SK텔레콤의 SKT타워 젼경./사진=SK텔레콤 제공


이번 합병 배경에는 통신사들의 AI 사업 강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통신3사(SKT·KT·LGU+)는 최근 유·무선 사업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를 위해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통신 사업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을 차지 하기 위해 경쟁을 했었다. 하지만 성장하고 있는 AI 사업에서는 치열하게 경쟁을 할 필요가 이전보다 적어졌고 경쟁보다는 '동업'을 선택한 것이다.

업계는 이번 합병에 대해 긍정적이 평가를 내비췄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시장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 분명한 상황인데 역량을 합쳐 개발 집중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 업계는 시간 싸움이 중요한 사업이다"며 "기술을 먼저 선점하는 기업이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이 공식이다"고 했다. 

또 이번 합병이 미래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분석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NVIDIA가 8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장악하며 독점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시장 기술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기술들의 수요가 늘어났을 때 가격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현재 AI 반도체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고 NVDIA가 독주를 하고 있다"며 "추후 많은 기업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내 기업만 참여를 하지 않는다면 기술들의 수요가 늘어났을 때 비싼 돈을 주고 해외 기업에서 기술을 사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SKT·KT, 기초 기술 바탕 AI 역량 강화

학계는 통신 산업과 반도체 간의 시너지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통신사들이 LLM(거대 언어 모델) 등 AI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 기초 기술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통신사인 만큼 시너지 창출이 용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텔레콤은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 해 사업 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와 함께 지원에 나선다고 밝힌 만큼 합병법인이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SK하이닉스에서 생산한 후 그것을 다시 SK텔레콤에서 활용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AI 반도체 역량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사업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KT 이전에 클라우드 산하 데이터센터에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아톰'을 다수 공급받은 바 있다. 또 KT는 해외 기업들과 협력 확대를 통해 사업을 넓혀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KT는 최근 MS(마이크로소프트)와 AI 동맹을 맺는 등 동맹 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AI 반도체 기술은 해외 기업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무기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서 교수는 "통신사들이 미래에 단순 통신 서비스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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