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무역 제재만으로는 한계… 새 대응전략 시급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중국이 경기 침체 장기화로 내수소비 여력이 약화되면서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재고 물량을 싼값에 해외로 수출하는 ‘밀어내기’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심화되면서 한국의 주력 품목 수출 경쟁력에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차세대 신기술 확보를 통해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심화되면서 한국의 주력 품목 수출 경쟁력에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소나기인가 장마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로 진퇴양난에 처한 상태다. 중국의 저가 수출 확대 품목 중 다수가 한국의 수출 주력 품목과 중복돼 있고, 중국의 수출 단가도 한국의 50~60%에 불과해 한국의 수출 경쟁력 저가가 불가피하다.

중국의 덤핑 수출은 전통적으로 덤핑공세를 이어왔던 섬유, 철강, 가전, 태양광에서 최근에는 자동차, 반도체 등 중‧고위 기술 산업으로까지 확장됐다. 올해 들어선 반도체, 자동차, 조선, 태양광, 철강, 배터리 등 주요 품목의 가격을 추가 인하하면서 해당 품목의 수출량이 전년 동기비 40~60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과 중국의 상위 15개 수출 품목 가운데 10개 중복돼 한국의 수출 경쟁력 하락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실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한중 경쟁품목에서 중국 수출 점유율은 상승한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정체 또는 하락했다.

올해 1~4월 국내 반도체와 선박 부문 수출량은 전년비 각각 52%, 47% 증가한 반면 자동차, 철강, 석유제품, 석유화학 등은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중국이 다양한 품목에서 밀어내기 수출에 나서면서 글로벌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해 나감에 따라 한국 주력 품목의 수출 성장이 제한된 데 따른 결과다.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의 저가 수입품은 경기 악화로 원가 절감이 절실한 우리나라 제조업을 공략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제조사들은 중국산 소재‧부품의 품직 문제로 일부 범용제품을 제외하면 사용을 꺼려왔으나, 최근 소재‧부품의 품질 향승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문제는 중국의 공세는 스치는 소나기가 아닌 지속되는 장마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도 세계 첨단기술 분야에서 점유율 확대를 지속하고 있어 고기술‧고품질로 업그레이드 중은 중국 제품의 공세는 장기간 지소될 전망이다.

한국은 대중국 수출 제재 시 되돌아올 피해가 더 크다는 점에서 직접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제한적이며, 실효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또 이미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에도 깊게 침투하며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과거 대비 상승하고 있어 규제를 통해 이를 막아내는 데도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6일 정부가 중국 C커머스를 타겟으로 어린이 용품과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해외직구를 금지했지만 국민들의 반발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기존 무역 제재만으로는 중국을 막아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신기술 개발과 무역상대국 다변화 등을 통해 새로운 대응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안혜영 연구위원은 “중국은 가성비를 넘어 품질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상당한 품목에서 글로벌 선두로 부상했다”면서 “과거 한국이 일본과 독일을 추격하고 첨단기술 강국으로 부상했을 당시보다 더욱 강력한 힘과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안 연구위원은 “중국의 기술 추격이 이미 진행된 전기차, 배터리 등 품목의 경우 고율 관세와 중국 배제 정책 등 기존 무역 제재만으로는 중국을 막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과 차별화된 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선제적으로 차세대 신기술 확보를 통해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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