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의 생활에 국가개입은 어느 정도가 타당한가에 대한 물음은 오랫동안 법학, 경제학 분야의 관심사였다. 지나친 국가의 간섭, 법적 통제는 계약의 자유와 개인의 선택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인 간에 체결된 계약에 기초한 채무불이행에 있어서도 이 질문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민사책임과 별도로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문제가 그것이다. 자유경제원은 배임죄에 관한 최근 판례 분석을 통해 법이 어느 선까지를 형사처벌의 영역으로 보는지 검토해 보고 이러한 관점에서 다른 형벌 규정의 타당성도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자유경제원이 14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개최한 과잉범죄화 연속토론회 ‘채무불이행의 형사범죄화, 이대로 좋은가’에서, 류여해 수원대학교 법정대학 겸임교수(법률평론가)는 “형법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의 생명, 신체의 온전성과 자유, 재산권 등 도덕으로 가능하지 않은 최소한의 것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에는 과도한 규제, 모든 것을 법으로 강제화하는 잘못된 풍토가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면서 “형벌은 최후의 수단이며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래 글은 류여해 겸임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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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범죄화 그리고 비범죄화, 사면, 범죄유발성형법
8.15 광복절에 많은 사람이 사면이라는 제도의 특혜를 받았다.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을 받고 있던 사람이 사면이라는 또 다른 법의 적용에 의하여 비범죄자가 된 것이다.1) 수많은 사람들이 고소를 하고 소송에 휘말리고 검찰 앞에서 조사를 받는다. 우리나라를 특별법 공화국이라고 한다.
국회에서는 하루에 평균 50여개의 새로운 법안이 발의된다. 수많은 법안이 계류되어있고 9월 9일에는 민병두 의원의 대표발의로 드디어 불효자방지법이 발의되었다. 이법이 통과되면 불효자도 범죄자가 된다. 불효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효라는 것은 상대적이며 개인적임에 불구하고 그것조차도 이제 범죄화하고 있다.
얼마 전에 위헌결정을 받은 간통죄는 오랜 시간 범죄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범죄였다. 분명 가정이 깨지고 한 배우자의 인생이 무너졌지만 국가가 무엇을 해줘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할 수 없는 범죄였다. 오히려 가정문제에 국가의 공권력이 개입한다는 것이 더 무리수가 있었다. 물론 이제는 비범죄가 되어서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간통죄 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범죄가 지금도 끊임없는 논의를 불러온다.
성매매죄. 피해자가 누구이고 가해자가 누구인가? 피해자가 없는 범죄인 것이다.
어찌보면 성매매는 허용해야 할 대상이 아니고 비범죄를 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독일이 왜 성매매를 합법화하여 공창제를 운영했는지를 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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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8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풍속업소 전체 적발 건수는 2012년에서 2014년까지 5만5785건에서 4만8121건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 중 성매매 적발 건수는 ▲2012년 3263건 ▲2013년 4553건 ▲2014년 8952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최근 2년 사이 경찰의 성매매 적발 건수가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사진=MBN 방송화면 캡처 |
교통관련범죄가 바로 또 비범죄가 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고의로 사고를 낸 경우에는 예외로 하고 고의가 아닌 경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그 책임을 지게 하면 충분한 것을 형사상 책임을 지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범죄예방 효과 또는 교육적 효과 아니면 재범방지 효과 무엇을 바라고 형사처벌을 가하는지 목적을 알기 어려운 것이 바로 교통사고 범죄이다.
마약의 비범죄화를 발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마약은 그 유통과정에서 범죄가 연관되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 하지만, 명예훼손, 성추행죄, 모욕죄, 뇌물죄, 횡령죄, 등의 범죄는 범죄로 처벌하는 것보다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범죄유발성 형법2)
결국 범죄를 만드는 것은 우리 형법이다. 입법자가 입법을 하여 그것이 통과되어 법이라고 이름짓게 되면 바로 그 법은 또 하나의 범죄를 만드는 것이다. 죄형법정주의의 폐단이다. 이제 층간소음도 범죄로 처리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열 번 찍기 위해 따라 다녀도 스토킹범죄가 된다. 키우던 개를 여름에 먹기 위해 잡으면 동물학대죄가 된다.
새로운 법이 발의되었다. 성희롱을 괴롭힘으로 바꾼 법안이다. 이제 일 못하는 부하에게 “넌 정말 무능하다”라고 말을 하면 괴롭힘 죄가 된다.
법은 특히 형법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의 생명, 신체의 온전성과 자유, 재산권 등 도덕으로 가능하지 않은 최소한의 것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법으로 강제화 한다면 우리는 항상 법정에서 소송을 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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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자유를 보장하는 사법의 영역들이 국민 자유와 재산을 통제하는 공법에 의하여 급격히 침해되고 있다. 즉, 사법의 공법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과잉범죄화가 우리 사회 전반은 물론이고 헌법 질서마져 위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헌법은 '자유로운 시장경제체제'를 위해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할 것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지만 위헌적 요소를 가지고 법률이 만들어져서 기업활동, 혹은 개인의 활동에 대해 과도한 규제를 한다면 절대 법치국가로서의 똑바른 길이라고 할 수 없다.
배임과 횡령 등 기업인의 범죄행위에 대한 제재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나친 행정규제 때문에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문제점 아래 판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법은 법대로 판례는 자의적으로 해석된다면 역시 옳지 않은 길이다.
법의 이름이 과도하니 시행령 등으로 규제하려는 것도 옳지 못하다. 행정벌, 과태료, 벌금 등 어려운 용어로 개인의 자유를 제재한다. 꽁초를 땅에 버리면 범죄인가? 소리를 지르면 범죄인가? 우리는 왜 과태료를 내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결과에 순응한다. 형벌과 행정벌은 분명히 다르다.
기업범죄에 대해서는 형사적 영역 즉 범죄화가 아닌 손해배상제도로 간다면 오히려 더 자유경제가 실현될 것이다.3) 기업범죄의 대부분은 과도한 규제의 결과로 규제를 어긴 범죄자들이 다수라는 것을 살펴보면 과도한 규제 즉 법이 범죄자를 만들고 있다는 범죄유발성형법이론이 합당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규제범죄의 과다한 형벌화로 인하여 국민의 5분의 1, 성인의 4분의 1 이상이 전과자로 내몰리고 있는 과잉범죄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규제에 관한 개혁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특히 독과점금지법과 동종업의 거리제한 등을 보면 과연 시장경제활성화에 이 규제가 도움이 되는 것이 맞을까 라는 의문의 견해가 종종 보이고 있다.
특별법공화국 대한민국 수천 건의 규제법 속에서 과연 자유경제가 실현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전 국민이 범죄자가 되어가고 또 때대로 사면을 하게 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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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유흥주점에서 성매매를 벌이다가 적발된 공무원 4명이 6월 10일 검찰로부터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모두 초범인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말했다./사진=미디어펜 |
입법자에 의해 만들어진 법은 법 집행자에 의해 자율적 집행이 되고 그 단계에서 억울한 국민은 계속 발생하게 된다.
자유는 지키려 노력할 때 지킬 수 있다. 그런데 만들어진 법은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고 경제를 억압하며 결국 법의 과부하에 걸려 그 어떤 것도 자유로운 결정을 할 수 없는 단계가 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도덕이 법이란 것을 잊지 않는다면 과잉범죄화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류여해 수원대학교 법정대학 겸임교수, 법률평론가
핵심어: 범죄유발성형법, 비범죄화. 일수벌금제, 과잉범죄, 피해자 없는 범죄, 과잉입법
1) 물론 비범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형을 면제 받거나 집행유예 등을 면제 받기 때문에 비범죄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2) 류여해, 당신을 위한 법은 없다. (개인저서에서 처음 범죄유발성형법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현재 국제학술지에 게재예정임)
3) 독일의 유명한 법경제학 교수인 한스베른트 쉐퍼(Hans-Bernd Schafer) 함부르크대 교수는 경제와 기업은 형법이나 민법이 대신할 수 없으며 어긋난 윤리를 가진 기업의 행위는 징역이 아닌 벌금제도의 도입으로 민사상손해배상이나 일수벌금제의활용이 좋을 것이라고 항상 논문에서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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