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코인 등으로 이탈…국민연금도 "국내 비중 축소"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2021년 2월 주식 투자가 가능한 ‘투자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이후 최초로 ISA 계좌 내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편입 비중이 국내 ETF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국민연금마저 국내주식 비중을 축소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투자자들의 ‘러시’를 가속화 했다. 실질적인 ‘밸류업’이 없으면 이러한 추세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 2021년 2월 주식 투자가 가능한 ‘투자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이후 최초로 ISA 계좌 내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편입 비중이 국내 ETF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김상문 기자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자금 유출’ 흐름으로 빠르게 옮겨붙는 모습이다. ISA 투자 트렌드에서 최초로 발견된 특이점 중 하나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업계에 따르면 중개형 ISA에서 국내 상장 해외 ETF 편입 비중이 지난 4월 말 기준 19.7%까지 올라온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ETF 편입 비중은 7.3%에 불과하다. 해외 ETF 편입 비중의 3분의 1 수준이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추세는 달랐다. 국내 투자자들이 중개형 ISA에 담은 해외 ETF 비중은 불고 4.3%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 흐름에 급격한 변화가 포착됐다. 같은 기간 국내 ETF 편입 비중은 15.5%에서 7.3%로 반토막이 났다.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주식의 강력한 상승세에 있다고 먼저 추정해 볼 수 있다.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발 주가 폭등은 사실 미국 시장에서도 이례적인 트렌드로 간주되고 있다. 나스닥 지수가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지만, 내실을 뜯어보면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일부 업종의 흐름일 뿐 전체적인 상승세라고 보기엔 힘들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다만 그런 경향을 반영하더라도 국내주식의 침체는 ‘정도가 심하다’, ‘선을 넘었다’는 성토가 여기저기서 이어지고 있다. 호재에는 반응하지 않고 오로지 악재에만 민감하게 반응해서 하락하는 국내 증시 흐름은 이제 투자자들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2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대신 미국 주식을 8조55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는 추이는 이와 같은 현실을 잘 보여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이미 미국 주식과 코인이라는 강력한 대안을 인지한 상태로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이라고 짚으면서 “국내 지수 흐름에 대한 만족도는 이들의 기대치에는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최대의 ‘큰손’ 기관 투자자 중 하나인 국민연금마저 수익률 향상을 위해 국내 투자 비율을 줄이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주식 목표 비율을 올해 15.4%에서 내년 14.9%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도 버린 국내 주식’이라는 자조가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형편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금융당국은 공매도나 금융투자소득세, 배임죄 등등 주식시장과 직결되는 여러 이슈에 대해서 교란된 사인을 보내며 투자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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