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안 먼저 꺼냈던 민주당, 대통령실이 주도하자 '신중론'
민주, 원 구성·특검법 우선…7월 독자적 세제개편안 내놓을 계획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대통령실이 '상속세 30% 인하' 및 '종합부동산세 폐지' 카드를 꺼냈지만 입법권력을 쥔 더불어민주당의 벽에 부딪혔다. 거야의 선 긋기에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앞서 종부세 감세안을 민주당이 먼저 내놨다는 점에서 여야 셈법이 주목된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된 후 문재인 정부에서 대폭 강화되면서 '이중 과세'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고, 임차인에게 '조세 전가' 현상이 일어나면서 일부지역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특히 1주택자에게 종부세를 매기는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국회에서 총대를 메고 나선건 민주당이다. 앞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달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싼 집이어도 1주택이고 실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며 '실거주용 1주택 종부세 폐지론'을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고민정 의원 또한 지난 달 26일 "종부세는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성역으로만 여기지 말아야 한다"며 '총체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물론 야당 일각에선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하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종부세에 대해 "사회 기득권층이 내는 초부자 세금"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고, 조국혁신당 또한 "민생 입법을 이끌어야 할 제 1야당이 부자 감세와 궤를 같이 하는 종부세 폐지를 검토한다는 사실에 대해 유감"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 왼쪽)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24년 6월 5일 국회에서 원 구성 협상을 위해 회동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특히 민주당은 국회 원 구성과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특별검사법을 우선 내걸고 있어 세제 개편은 후순위로 밀린 상태다. 공식적인 입장이 따로 없고, 원내 의원들 조차 의견 개진을 꺼리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실제로 민주당은 당 내부적으로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TF를 구성해 다양한 의견을 면밀하게 검토해 왔지만, 이 TF 논의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해온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민주당은 TF를 중심으로 7월 초 독자적인 세제 개편안을 내놓겠다는 복안이다.

이번에 대통령실이 다시 한번 현안으로 부각시켰지만 이에 끌려가지 않고 주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민주당 관계자는 17일 본보 취재에 "수도권 의원들로부터 종부세를 완화하자는 의견은 높다"며 "다만 지금은 이를 다룰 시기가 아니다, 종부세의 전향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원내대표 발언도 나왔지만 정부가 세수 결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세제 개편은 당장 급한 문제도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22대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의 물밑 움직임을 환영하면서, 종부세와 상속세 개편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목표로 법안 준비에 들어갔다.

당 재정-세제개편특위는 지난 12일 관계 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를 열고 종부세에 대한 합리적 개편안을 논의했다. 오는 20일엔 '상속세 및 증여세 개편'을 주제로 토론을 열 예정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전날 대통령실이 상속세 최고세율을 3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 아직 당정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적으로 '감세'라는 방향 자체에는 여야 양당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세수 확충 방안이 먼저라는 야당의 지적, 부동산 동향에 민감한 국민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 대대적인 감세가 지방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세밀한 세제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는게 여야 간 중론이다.

종부세 및 상속세 감세 여부는 당장 대치하고 있는 현안이 아니라 우선순위에선 밀리지만, 다른 어떤 현안보다도 국민 민생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여야가 어떤 합의점을 이룰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