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계 배터리 탑재한 중저가 모델 출시…배터리 환경성계수 조항에도 유리
현대차, 합작공장 통한 자체공급으로 가격 낮춰…보급형=LFP배터리 공식 깨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최근 완성차 업계가 캐즘존(대중화에 앞서 판매가 주춤하는 현상)에 들어선 전기차 성장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채택하던 LFP(리튬·인산·철)배터리 대신 삼원계(NCM·NCA·NCMA)배터리 탑재를 늘리고 있다. 당초 전기차의 구매 문턱을 낮추겠다는 계획이었던 LFP배터리 대신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해 시장 전략을 수정하겠다는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원게 배터리는 올해 2월 환경부가 발표한 전기차 지원금 개정안에 포함된 배터리 환경성 계수에서도 유리한 면모가 있어 판매량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기아 EV3./사진=기아


17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의 구매 문턱을 낮추기 위해 그동안 채택하던 LFP배터리 대신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들을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탑재되는 제품은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가격 중 약 60~80%가량을 차지하는 부품이다. 때문에 각 브랜드들은 기존의 프리미엄에 버금가는 가격대의 모델 대신 가격을 낮춘 중저가 모델에 LFP배터리를 탑재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LFP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 대비 가격이 저렴하게 형성돼 있다. 삼원계 배터리는 주행거리가 길고 안정성이 높지만 가격이 높아 프리미엄 모델에 탑재되는 기조를 보였다. 최근 중저가 전기차들이 LFP배터리를 탑재해 출시된 이유도 이와 연관된다. 

또한 각 제품들은 국가마다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제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중국의 배터리 업체 CATL과 BYD(비야디)등이 LFP배터리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등은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두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들도 LFP배터리 개발을 지속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만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LFP배터리가 기존 약점으로 거론되던 주행거리와 안정성 측면에서도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주류로 평가받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삼원계 배터리 중 NCM배터리를 탑재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모델들이 출시되면서 중저가 모델은 LFP배터리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오는 7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기아의 EV3는 NCM배터리를 탑재하면서도 3000만 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주행거리도 1회 충전 시 501㎞가량의 제원이어서 캐즘존을 타개할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가 오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공개를 예고한 캐스퍼 일렉트릭도 NCM배터리 탑재가 예상된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15㎞의 제원이 될 공산이 크다.

   
▲ 현대자동차, 캐스퍼 일렉트릭 티저 이미지./사진=현대자동차


NCM배터리를 탑재하면서 가격대를 낮춘 모델이 출시될 수 있는 이유는 자체 생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공장(HLI그린파워)을 설립했다. 중국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자체 공급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보급형 전기차에도 NCM배터리 등이 탑재되면서 모델의 제원에 따라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의 경우 올해 2월 환경부가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서도 유리하다는 이점을 가진다.

올해 개편안에는 '배터리 환경성계수'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배터리 환경성계수는 배터리가 폐배터리가 됐을 때 배터리 1㎏당 유가금속 재활용 가치가 높을 수록 보조금을 더 지원한다는 것으로 골자로 한다. 

삼원계 배터리는 LFP배터리 대비 유가금속 재활용 가치가 더 높아 구매 시 많은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다. 때문에 배터리 환경성계수는 삼원계 배터리 탑재를 장려하면서 LFP배터리 사용을 줄이라는 취지라고도 해석된다. 

한편, 중국 업체의 배터리 제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우려도 없어 판매량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LFP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춘 테슬라의 모델Y RWD(후륜구동)도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하면서도 공정부분에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 브랜드들이 지향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향후 판매 경쟁에서 주행거리와 가격이 중요 요소인 만큼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하는 모델이 소비자들이 선택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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