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기업 세제 개편안을 두고 여야 간 극심한 온도 차이를 보이면서 재계가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속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에서 기업의 가치를 높이려면 법인세 혜택을 늘려야한다는 입장이지만 거대 야당의 문턱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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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 신한투자증권 등이 모여 있는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김상문 기자 |
18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법인세율은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OECD가 조사한 법인세율에 따르면 한국의 최고 법인세율은 26.5%(지방세 포함)로 전세계 141개국 중 44번째로 높다. 우리나라 외 주요국의 경우 △미국·프랑스 25.8% △영국 25% △중국 25% △홍콩 16.5%에 그친다.
높은 법인세율의 가장 큰 부작용은 기업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경기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투자가 줄면 외연 확대는 물론 신규 고용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게다가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속 고금리 기조도 이어지니 기업 입장에선 투자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 또한 주저하게 만든다. 현재 글로벌 시장 트렌드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2022년 기준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액 약 6조 원보다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액이 4배 가량 더 많다.
아일랜드는 초당적 협력을 통해 법인세를 내리고 높은 경제 성장률을 이끈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법인세를 인하하고 기업 유치에 힘쓴 덕분에 다국적 기업 1700개를 유치할 수 있었으며, 수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인 2020~2022년에도 아일랜드는 연평균 10.4%(IMF 기준) 성장률을 유지했다. 이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1만 달러(한화 1억 5000만 원)다. 반면 지난해 한국 대학생 취업률은 45%에 그쳤다.
법인세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을 24%에서 미국과 OECD 평균인 21%로 인하하고, 과표구간을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 해야한다고 22대 국회에 건의했다.
한경협은 "주요국들이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을 늘리는 추세에 한국도 발 맞춰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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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화문 덕수궁 일대./사진=김상문 기자 |
◆ 법인세 개편...여야 충돌 불가피
윤석열 정권에선 법인세를 문재인 정부 이전(22%)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는 국가의 얼굴'이라며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기재부는 미중 갈등 장기화, 과도한 정치 리스크 등으로 중국을 떠나는 글로벌 기업을 한국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주요 경쟁국보다 현저히 높은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기재부는 다음달인 7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다. 특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제 지원도 이번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환원을 늘리는 만큼 법인세 일부를 낮춰주는 안도 검토 중이다.
이 외에도 법인세가 최근 세수추계 오류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세수추계모형에 법인세 정보를 추가하는 방안도 기재부 내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인세 정보가 기업별로 모형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재부는 주목하고 있다.
다만 '부자 감세'라며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야당의 행보에 이 같은 세법 개정안이 테이블에 올라도 탄력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음달 정부 세법 개정안을 보고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부자 감세라며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고 나선 상황에서 여야 간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자들 세금 왜 깎아주나. 몇 천억씩 영업이익이 생기는데 거기 법인세 깎아주면 나라 경제가 사느냐"고 날을 세운 바 있다. 이 대표는 '코로나 대출금 10년 장기 분할 상환'과 '민생회복지원금'이 더욱 시급한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세제 개편 방향성을 알린 셈이다.
이에 정부·여당에선 야당의 세제 개편 거부 명분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론 설득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달 정부안을 발표한 이후 여야 간 공청회나 토론회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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