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전략동반자 협정 시사, “동맹으로 가는 과정” 전문가 평가
노동신문 기고 통해 “결제체계 발전”, 루블화 시스템 구축 전망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19일 북한을 방문한다고 북한과 러시아가 17일 동시에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이후 24년만에 평양을 찾는 것으로 18일 오후 도착할 예정이어서 다음날인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한 유일한 러시아 정상이며, 이번에 2번째로 북한을 찾는다. 따라서 북러 간 1961년도에 체결됐다가 1996년도에 폐기된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 부활 여부를 포함한 새로운 조약이 체결될지 주목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0년에 평양을 방문했을 때에도 ‘유사시 지체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는 내용만 담은 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을 앞두고 18일자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동반자적 관계’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크렘린궁은 북러 간 포괄적전략동반자협정 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한국과 러시아가 현재 맺고 있는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에 ‘포괄적’이란 단어가 하나 더 붙은 것이다. 따라서 최근 북한과 무기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이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연구실장은 18일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러시아측이 포괄적전략동반자협정 체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볼 때 북러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의 기준에서 포괄적전략동반자관계는 제일 높은 ‘동맹’ 바로 아래 단계“라며 ”기존 북러 관계가 가장 낮은 단계인 ‘선린우호관계’였던 점에서 3단계를 뛰어넘어 수직 상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진호 실장은 “러시아와 포괄적전략동반자협정을 맺은 다른 나라인 베트남과의 관계를 통해 앞으로 북러 관계를 예측해볼 수 있다”며 “베트남 무기체계의 상당수가 러시아산일 정도로 두 나라의 국방교류협력은 활발하다. 북한은 더 높은 동맹관계를 바랐겠지만 포괄적전략동반자관계는 북러 모두를 충족시킬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북러 간 군사협력은 물론 경제 분야를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북한 노동자 수출 문제도 눈여겨봐야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돈바스 지역의 재건사업에도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2023.9.13./사진=뉴스1

푸틴 대통령은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미국을 교활하고 위험하며 침략적인 원수라고 지칭하면서 권리를 지키는 투쟁을 하는 북한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고, 밀접하게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 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적인 안전구조를 건설해나가고, 인도주의적 협조를 발전시키겠다”면서 “고등교육기관 사이 과학활동을 활성화하고, 상호 관광·여행·문화·교육·청년·체육 교류를 발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크렘린궁은 “북러 정상이 비공식 대화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군사 분야 협력 논의가 있을 것을 암시했다. 푸틴과 함께 방북하는 러시아측 수행단 명단에는 국방장관, 에너지부총리, 연방우주공사 사장이 포함됐다.

푸틴이 언급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 결제체계 발전’과 관련해선 북러가 새로운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고 러시아의 루블화 중심의 결제 시스템이 가동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북러는 2014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한 경제공동위원회에서 루블화를 쌍무 교역의 주요 통화로 사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달러를 선호하는데다 두 나라의 교역량이 미미해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무기거래 대금 등 교역량이 커지면서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루블화 결제 방안을 강구해 북한에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러 간 루블화 결제 체계를 가동하거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확대시킨 독자 지급결제시스템인 SPFS(System for Transfer of Financial Messages)에 북한을 참여시킬 수 있다.

한편,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북러 간 교역액은 2800만불이었으며, 한국과 러시아 간 교역액은 150억불로 교역 규모에서 53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러 간 맺을 것으로 전망되는 포괄적전략동반자관계와 현재 한러 간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가 어떻게 다른징 대해 “국가간 관계를 설정하는 명칭 때문에 우리가 뒤처졌다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실제 협력 수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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